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일하면서 생긴 일화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는 Cardiac Cath Lab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왜냐하면 플로엇 테크들의 경우에는 Cardiac Cath Lab Surge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 전체 베드가 꽉 차서 더 이상 환자를 일반 병동에 받기 어려울 때 여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어떤 방은 멋진 투명 유리 문이 있고, 어떤 방은 문 대신 천막을 쳐야 하곤 하지요. 이곳의 좋은 점을 한 가지 말해보자면... 환자들이 스스로 걷고 움직일 수 있는 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사실 그날 입원하는 환자들마다 다 다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 운 좋게 이틀 내내 Cardiac Cath Lab에서 일할 수 있었는데요. 환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긴 했지만 환자들을 정성껏 케어하고 대화도 많이 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하루가 갔답니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가운데, 오늘 한 환자가 제게 큰 감동을 주어서 한번 나눠볼까해요.
집 정원에서 따온 꽃으로 전하는 마음
이틀 동안 같은 환자를 돌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가 퇴원을 앞두고 널스가 퇴원 관련 서류들을 건네줄때까지 방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제게 줄 것이 있다면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열어보니 이렇게 하얗고, 작고 예쁜 꽃이었습니다. 향기를 맡아보라고 해서 맡아보았더니 은은하게 향기로운 향이 나는 자스민 꽃이었습니다. 딱 4개가 있었어요. 환자가 제게 "이틀 동안 저를 돌봐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제게 따뜻하게 대해주어서 고마워요. J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집 마당에 피는 이 꽃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환자의 아들이 아침에 부랴부랴 정원에서 따온 꽃이었답니다 :)
이 향을 맡는데 정말 온 몸의 피로가 풀리면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선물은 절대 받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이 담긴 작고 귀여운 꽃은 안 받을 수가 없었겠죠? 꽃 4개 중에서 2개는 같이 일한 간호사에게 주고, 나머지 2개는 다른 환자에게 주었습니다. 마치 이 작은 꽃이 저의 오늘을 환하게 만들어준 것 처럼, 다른 환자에게도 기분 좋은 작은 선물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에요. 환자에게 주면서 향기를 맡게 했는데 정말 좋아하셨답니다 :) 병원에 있는 것 같지 않고 정원에 와있는 것처럼 좋다고 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하면서 참 많은 환자들과 가족분들께서 의료진들에게 때론 편지로, 음식으로, 꽃 등으로 감사의 표현을 하시곤 합니다. 편지가 오면 각 부서 벽에 걸어두고요, 음식이 오면 브레이크 룸에 놓고 다같이 나눠먹고, 꽃이 오면 널스 스테이션에 두곤 합니다. 그리고 말로도 많은 감사인사를 받고는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작고 소중한 꽃은 처음 받아봤습니다. 처음에는 휴지 조각을 주시길래 대신 버려달라고 하시는 줄 오해할 뻔했답니다. 그런데 펴보니 아주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마음을 전하는데는 어떤 큰 것도 필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나 따뜻한 포옹, 말로 전하기 어렵다면 작은 종이에 담은 마음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집 정원에서 따온 작은 꽃도 이렇게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지요.
이 날 퇴근하면서 집에 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새 일을 하면서 무척 지치고, 번아웃이 왔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요. 이 자스민 꽃들이 제 하루를 향기롭게, 그리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만들어준 것 같아서 무척 좋았습니다. 꽃이 시들어서 향기가 사라지듯 이 감동한 마음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매일매일 이렇게 작은 행복을 찾아나간다면 병원 생활을 더욱 슬기롭게 해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일하면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기쁨들에 집중하며 지내보고 싶네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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