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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미국병원생활

[슬기로운 미국 병원 생활] 행동 건강 유닛(Behavioral Health)에서 일하고 느낀 점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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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운 점을 한번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제가 오늘 일한 유닛이었던 행동 건강 유닛(Behavioral Health)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행동 건강이라고 번역을 하면 한국어 상으로 어색한 감이 있지만, 검색했을 때 대부분 한국어로 행동 건강이라는 표현을 써서 우선 이렇게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그럼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것을 배웠는지 한번 얘기해볼게요.

 

Patient Care Companion으로 환자와 12시간 함께 하다

 

제가 일했던 성인 행동 건강 플로어 사인을 찍었습니다.

 

오늘 저는 Nursing Care Technician(CNA) 대신 Patient Care Companion(Sitter)로 병원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다른 미국 병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NCT 중에서 Float Pool로 일을 하게 된다면 가끔 널싱 오피스가 PCT로 다른 플로어로 보내기도 한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간 플로어는 행동 건강 유닛이었습니다. 이곳은 행동, 건강, 몸과 정신의 웰빙에 대해서 치료하는 병동입니다. 예를 들어서 양극성 장애(biploar disorder), 우울증(depression), 불안증(anxiety), 환각(hallucination), 조현병(Schizophrenia) 등을 비롯해서 정신과 관련된 문제를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시터로 일을 하게 된다면 환자를 단 1명씩만 배정받게 됩니다. 시터가 붙게 되는 이유는 그 환자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24시간 환자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육을 받을 때 배운 사례들이 참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병원에서 식사가 제공될 때 함께 나오는 포크와 스푼이 있잖아요? 그것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도 있었으며, 지금은 자살 위험군 환자 방에 들어갈 때면 자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모든 것들(커튼, 전선, 리모컨 줄 등)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없애지만, 제대로 환경 체크가 안되어있을 경우, 환자들이 방에서 모든 것을 이용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화장실에 갈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식사를 할 때 등 모든 순간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봐야 한답니다. 

 

HIPAA 규정에 따라 환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제 블로그에 쓸 수 없지만, 가끔 PCT로 다른 유닛에 가게 될 경우,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봤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가지던, 적게 가지던 건강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젊은 환자들이 정신 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있어서 입원한 경우를 볼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연령/사회적 지위/재산/직업 등 다른 모든 것들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답니다.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라운드를 돌면서 간호사들이 차팅을 했던 판입니다. 위에 빈 종이를 대었지만 혹시 해서 하얀색으로 모두 처리를 했습니다.

 

PCT로 일하면서 제가 맡은 환자를 제 시프트(12시간)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지켜봐야하는데요. 행동 건강 유닛에서는 시간 별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룹 활동을 할 때마다 환자와 동행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크게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행동 건강 유닛의 경우는 구조가 다른 유닛들과는 달랐습니다. 가운데 널스 스테이션이 있고, 한쪽에 데이 룸(Day Room)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라운지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곳에 환자들이 모여서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한답니다. TV를 볼 수도 있었고, 보드 게임도 있었고, 색칠, 피아노 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가 유닛 내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으로 "몇 시에 데이룸에서 미팅/활동이 있습니다"라고 안내를 해주면 환자들이 데이룸에 모입니다. 

 

제가 지켜본 아침 미팅의 경우에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오늘 하루 목표는 무엇인가요?" 등에 대해서 찬찬히 물었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이 돌아가면서 오늘 기분이 어떻고, 오늘 하루 목표는 샤워하기/가족에게 전화하기/영화보기 등등을 말했습니다. 오후 미팅에도 제가 담당했던 환자와 함께 참여를 했는데요. 오후에 미팅을 주관한 간호사는 퇴원 수속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요소들이 퇴원을 미루게 되는지, 퇴원을 하면 과정이 어떤지, 퇴원을 하고 나서 도움이 필요할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침 미팅에서 나온 질문들은 예상 할 법한 것들이었지만 오후 미팅에서 나온 주제는 놀라웠습니다. 환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그들이 퇴원 후에 주변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적절한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것들이 모두 제대로 자신에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환자들이 정확히 깨닫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번의 미팅을 통해서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미팅의 리더/호스트로서 간호사가 환자들과 대화하고 미팅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간호사의 역할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의 리더로서 간호사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행동 건강 유닛의 좋은 점/힘든 점에 대해 듣다

 

이날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널스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행동 건강 유닛은 모든 문에 열쇠가 잠겨있어서 유닛 밖으로 나갈때, 들어갈 때 등을 비롯해 리넨을 보관하는 곳까지 모두 열쇠가 없으면 문을 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기 위해 클락 아웃을 하고 함께 나갈 널스를 기다리고 있는 도중에 저와 함께 일했던 널스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곧 8월부터 널싱 스쿨을 시작하는데 정신 분야에 관심이 있다며 널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행동 건강 유닛이 좋은 점은 어떤 것이고, 힘든 점은 어떤 것인지요. 그러자 친절하게도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화한 널스는 "저는 심장 병동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가 허리 통증이 시작이 됐어요. 그래서 몸 건강을 생각하면서 행동 건강 유닛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좋은 점은 환자들의 정신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유닛들과 달리 메디컬 플로어가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옮기거나, 들거나 하는 일이 적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허리 통증이 심했기 때문에 이 유닛으로 옮기고 나서는 허리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힘든 점에 대해서는 "행동 건강은 참 중요합니다. 종류 또한 무척 다양합니다. 증세가 마일드한 환자부터 심한 환자까지 참 다양합니다. 심지어 약을 먹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고, 바이탈 사인을 재는 것도 거부하고, 식사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환자가 있습니다. 가끔 환자가 의료진을 때리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는 부서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메디컬 플로어가 아니어서 일반 병동처럼 IV를 꼽는다거나 하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서 다양한 널싱 스킬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퇴근 중이어서 널스와 길게 대화를 하지 못했지만 친절하게 자세히 답변을 해주셔서 감사했답니다. 

 

아직 저는 어떤 분야에 이바지하는 간호사/연구자가 되야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플로어 풀로 일을 하면서 다양한 부서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널싱 스쿨 입학 전에 미리 각 분야에 대해 조금씩은 생각해볼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미국 병원 이야기들도 기대해주세요. 이렇게 다양한 부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제가 느낀 바를 조금씩 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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