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 시카고입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 학교에서 듣고 있는 유기화학(Organic Chemistry Class) 실험 수업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관련 분야 전공을 하셨거나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유기화학의 추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만드는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유기화학 수업 듣게 된 배경
저는 미국에서 두 번째 학사를 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전공은 신문방송학입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거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그다지 과학 분야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중학생 시절도 생각해보면 지구과학, 화학, 물리학보다는 국어나 영어를 더 좋아했습니다. 이런 제가 왜 유기화학 수업을 듣게 되었냐고요? 바로 제 두 번째 학사를 얻기 위한 선수과목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유기화학 수업이 필수였습니다. 이 수업에 대한 선수과목은 일반화학(General Chemistry)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반화학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큰 자신감을 얻고 유기화학 수업을 신청해 듣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에서 의대, 간호대, 치대, 약대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학교에 따라 유기화학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친구들이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이 수업을 듣고 있답니다.
유기화학 수업 구성
제가 듣는 유기화학 수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렉처와 실험 수업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렉처는 1주일에 1번이고 분량은 1시간 안팎입니다. 제가 선택한 교수님이 특이하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듣는 유기화학 보다 더 낮은 레벨인 일반화학(General Chemistry) 수업 때는 1주일에 렉처가 6개였고, 각각 2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실험 시간은 별도였고요. 다만 현재는 수업 시간이 짧은 만큼 내용이 모두 압축되어있기 때문에 제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오히려 훨씬 더 많이 필요한 느낌입니다. 그러고 실험 수업의 경우는 2주에 1번입니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씩 3시간인데요, 팬데믹으로 인해 2주에 한 번, 3시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한 수업에 딱 6~8명의 학생들만 듣게 되어있습니다. 이것도 팬데믹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덕분에 수업들이 소규모 클래스로 진행되어서 저는 좋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화학 수업을 꽤 많이 들은 제 학교 동기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화학 새내기(?) 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교수님과 랩 파트너의 도움으로 한 주 한 주 잘 버티고 있답니다.
실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좀 자세하게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실험 수업 며칠 전, 교수님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랩 수업에 대한 설명이 적게는 1장, 많게는 4~5장 정도 올라옵니다. 이 서류들을 열심히 읽고 미리 숙지해가면 됩니다. 사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은데요, 저처럼 화학 실험 수업이 익숙지 않은 학생의 경우, 아무리 문서를 읽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아도 머릿속에 실험이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이 생기면 미리 교수님께 이메일을 보내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실험 당일이 되면 우선 렉쳐 홀에 앉아서 교수님을 기다립니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교수님께서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두신 실험 설명 문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십니다. 그러고 제일 중요한 안전에 대한 내용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시켜주십니다. 그리고 나서 실험용 안전 고글과 장갑을 끼고 실험실로 입장합니다. 제 교수님께서는 늘 어깨가 드러난 탑을 입거나, 구멍이 뚫린 멋진 바지를 입고 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화학 실험을 하는데 물질이 몸에 튀어서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발도 구멍이 숭숭 난 크록스 같은 것은 신으면 안 되겠죠?
유기화학 실험 시작
실험이 시작되면 보통 실험 파트너를 정해서 2~3명이 한 조가 되어 실험을 수행하게 됩니다. 제가 현재 듣는 수업은 학생들 수가 총 7명밖에 되지 않아서 2명씩, 3명씩 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실험을 시작합니다. 이미 교수님께서 사전에 내용을 미리 알려주셨고, 실험실 입장 전에도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에 이제부터 중요한 건 스피드! (+안전)입니다. 제일 먼저, 빠르게 실험 도구들이 어디 있는지 찾고, 장비를 갖추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미리 출력해간 문서를 보고서 차분히 실험에 임하면 됩니다. 모르겠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교수님께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고, 다른 조 친구들에게도 가끔 물어보기도 합니다. 제일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교수님(갓 교수님)입니다. 실험을 하면서는 옆에 실험 공책(랩 노트)에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적습니다. 왜냐하면 실험 보고서(랩 리포트)를 작성할 때 제가 한 실험에 대한 결과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녹는점이 몇 도였는지, 내가 실험 결과로 얻은 물질이 몇 그램이었는지 등에 대한 숫자를 정확히 써놓아야 합니다.
실험 보고서 작성
실험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 실험 보고서(랩 리포트)를 제출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보통 당일까지 제출하지 않고, 그다음 주 실험 전까지 제출하면 됩니다. (교수님 사랑해요!) 실험 보고서에는 교수님이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놓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쓰면 됩니다. 그 답을 쓰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해 얻은 수치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반 화학 수업 때는 실험 결과에 대한 사진을 많이 찍어둬야 했는데, 이번 유기화학 수업 때는 실험 사진보다는 정확한 값들을 적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프를 그리기도 하거든요.
지금까지 수업 들으면서 느낀 점
미국에서 유기화학 수업을 들으면서 협동심, 인내심, 순발력을 배우고 있습니다. 실험 파트너와 함께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실험 순서를 잘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는 인내심도 기르고 있습니다. 가끔 다른 실험팀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제가 속한 팀이 느린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답답한 경우가 생깁니다. 또한 실험 파트너가 닦달(?)할 때는 인내심이 바닥이 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이라는 행위와 과정에 익숙해지면서 제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순발력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실험실에 입장하자마자 제일 먼저 실험에 필요한 실험 도구들을 재빠르게 찾아서 세팅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순발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 도구를 깬다던지, 용액을 엎지른다던지 기타 등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수칙에 기반해서 잘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와서 화학 수업들을 들으면서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재미를 붙이고 많은 지식을 얻게 되면서 실험을 즐기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유기화학 수업을 듣게 됐다고 얘기했을 때 주변에서 친구들이 힘내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해줬습니다. 공부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저도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었는데 막상 학기 시작 후 수업을 들어보니 어렵긴 하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님, 친구, 학교 튜터들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미국에서 화학 수업들을 처음 앞두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는 많고, 구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합시다!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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