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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따뜻한 저녁 식사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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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저는 미국 간호대 합격을 앞두고 서버브에서 시카고 쪽으로 이사를 왔는데요(시카고 캠퍼스에 합격해서 천만다행이에요.. 휴). 이사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모두 조금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제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 주었던 저녁에 집에서 요리한 맛있는 음식들을 사진과 글로 남겨두려고 합니다 :) 

 

모양이 이러면 어때! 맛만 있으면 됐지 :)

 

위에서 내려다보았을때는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옆면은 저랬답니다. 무스비 살려!

6년전 시카고에 처음 이민 왔을 때, 저는 집에서 밥을 제대로 해 먹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나가서 사 먹곤 했죠. 그렇게 했더니 한 달 식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회사 월급으로는 식비는 물론이고 집세, 자동차 보험비, 휴대폰 비 등이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요리를 잘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서 몇 년 동안 계속 밖에서 많이 사 먹곤 했어요. 그런데, 작년과 올해 들어서 조금은 철(?)이 들었는지 집에서 음식을 맛있게 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더 건강한 재료로요. 최근에 만든 것은 스팸 무스비였는데요. 물론 스팸이 무척 큼지막하게 들어가서 건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만들기 간단했고 무척 맛이 있었답니다. 모양은 좀 우스꽝스러워요. 인터넷에서 봤을 때 분명 스팸 통에 넣고 꾹 꾹 눌러주면서 하면 네모난 무스비 모양이 잡힌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니 저렇게 모양이 제멋대로이고, 손에 잘 잡고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 제가 뭔가 잘못한 것 같은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혹시 스팸 무스비를 제대로 만들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스팸 무스비에서 제일 맛있었던 부분은 간장과 설탕에 졸인 양파였어요. 스팸 보다 더 맛있었답니다. 그래서 양파를 한가득 넣고 간장과 설탕에 졸인 것을 더 만들어서 통에 담아놓고 밥과 잘 비벼서 먹었답니다. 앞으로 다른 음식을 먹을 때에도 가니쉬로 자주 만들어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스파이시 바질 페스토, 자꾸 생각나는 그 맛!

 

하루는 친구가 페스토를 가져왔는데 매운 맛 페스토였습니다. 저는 코스트코에서 일반 페스토를 자주 사서 먹어서 그 맛에 익숙해져 있었는데요. 가끔 연속으로 먹을 때는 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사 온 매운맛 바질 페스토는 전혀 느끼하지 않고 매운맛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면서 바질의 향긋한 향도 살아있어서 무척 맛있었답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만든 펜네 파스타는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토마토를 넣고 소스와 함께 볶아서 저녁을 차려주었는데요. 제가 최근 발견한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펜네 파스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스타로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얇은 카펠리니를 이용하면 더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 자주 해 먹을 음식이라서 한번 소개해드리고 싶었답니다 :) 아참, 그리고 마늘과 치킨은 빠질 수가 없죠.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치킨 바이트(코스트코에서 파는 닭 가슴살을 1인분씩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도 들어가 있답니다. 파스타만 먹기에는 너무 심심하잖아요~ 혹시 일반 바질 페스토가 질렸다는 생각이 들면, 매운 고추를 넣어서 먹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니면 매운 바질 페스토를 구매해서 파스타를 해 먹거나 빵에 발라 먹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신세계예요...!

 

영양만점 만두소 볶음밥(?)

 

이름을 만두속 볶음밥이라고 마음대로 지어보았습니다. 제 친구가 만들어준 음식인데요. 안에는 애호박, 버섯, 마늘, 파, 소고기, 양파 등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고 소스는 간장과 참기름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위에는 계란을 2개나 올려주었어요. 집에 오니 맛있는 냄새가 나서 저도 모르게 주방으로 바로 직행했답니다. 저는 병원에서 12시간 시프트를 끝내고 온 것이라서 보통 바로 샤워를 하는데 이날은 음식 냄새가 너무 좋아서 바로 주방에 갔어요 :)

 

이 볶음밥은 마치 다양한 재료가 섞여있는 만두소를 연상케 했습니다. 제가 참기름을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지 조금 느끼한 맛이 있어서 고추장을 넣고 볶음밥과 비벼서 먹으니 제 입맛에 딱이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일 갈 때 도시락으로도 챙겨갔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있는 볶음밥은 오랜만에 먹은 것 같아요. 보통 저는 닭고기, 계란, 파를 함께 볶고 참기름이나 간장으로 간을 해서 간단하게 먹는 편이거든요. 닭이 아닌 고기에 버섯까지 들어가 있다면 저는 고급 볶음밥으로 생각합니다 하하. 혼자 살면 다양한 고급 재료가 들어간 볶음밥을 해 먹기는 쉽지 않거든요...

 

저녁식사의 꽃, 맛있는 디저트 

 

저녁식사의 꽃은 바로 맛있는 수제 디저트가 아닐까 싶어요. 이 디저트는 제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고 남자 친구의 형이 만들어준 디저트입니다. 직접 구운 피칸을 넣은 미니 머핀에 메이플 시럽을 뿌렸고, 바닐라빈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너무나 맛있는 디저트였어요. 미니 머핀이 오븐에서 막 나왔기 때문에 뜨거웠고,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너무 잘 어우러졌답니다. 사진을 보니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이날은 남자친구의 형네 부부의 초대로 그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메뉴는 타코였는데요.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다 보니 사진이 없네요 아쉽게도. 다음에는 사진을 꼭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이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수준급으로 잘하시거든요! 

 

제가 보통 집에서 만드는 디저트의 경우는 이미 만들어진 음식들을 하나로 합치는 정도인데요, 예를 들어서 (다 만들어진) 약과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합쳐서 먹는 것. 그것이 제가 만드는 디저트입니다. 그런데 빵까지 직접 만들어서 내놓는 디저트는 정말 오랜만에 먹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저녁식사의 의미

 

직장으로 인해 혼자 시카고에 이민을 와서 살게 되면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따뜻한 저녁식사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흐려졌습니다.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나가서 먹기 일쑤였고, 집에서 요리를 하고 사 먹은 지가 꽤 오래됐었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이렇게 저녁 식사를 직접 만들어먹고 있습니다. 아직 여기 가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혼자 먹거나 친구와 먹거나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제법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 무척 좋습니다. 따뜻한 밥 냄새, 찌개 냄새요. 그동안 혼자 또는 룸메이트와 함께 살면서 저녁식사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여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삶의 여유가 많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 '여유' 보다는 제가 제 자신을 얼마나 케어하고 있는지, 사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유가 없어도 부지런히 제 자신을 위해서 건강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먹는 것,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저녁을 든든히 먹으면 비록 가족과 함께 즐긴 식사는 아니어도 마음까지 따뜻해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모두 따뜻한 저녁 식사를 즐기실 수 있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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