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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As We See It, 평범해지고 싶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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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제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에서 본 티비 쇼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하는데요.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목은 "As We See It"입니다. 우리가 흔히 "As I See It"이라고 하면, 그 뜻은 "내가 보기에는, 내 생각에는"이라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보기에는", "우리 생각에는" 정도가 되겠죠? 이 드라마가 왜 감명 깊었는지 한번 천천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

 

드라마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있을 수 있으니, 드라마를 보실 예정이시라면 뒤로 가기를 꾸-욱 눌러주세요 :)

 

 

평범해지고 싶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청춘들의 이야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본 드라마 As We See It.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3명의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내용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주인공 3명(바이올렛/Violet, 잭/Jack, 해리슨/Harrison)은 자폐 스펙트럼(Autism Spectrum)을 갖고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이란 신경발달장애 중의 하나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 능력을 더디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들은 프리 스쿨 때 같은 반 친구들로 서로를 알게 됐는데요, 2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서로 같은 아파트 안에서 맨디/Mandy라는 케어기버와 함께 살면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올렛은 남자친구가 너무나 갖고 싶은 순수한 여성 캐릭터입니다. 바이올렛을 늘 든든히 지켜주는 친오빠 벤(Van)은 늘 바이올렛이 일을 갈 때 손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직장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카드에다가 써주곤 합니다.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사회 상호작용이 어려운 바이올렛이 평범한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찬 바이올렛은 일터에서 여러 가지 일에 휘말리면서(이미 결혼한 손님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한다던가 말이죠) 결국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벼운 관계를 원하는 남자를 만나 원치 않게 눈물을 머금고 사후피임약을 먹어야 할 가슴 아픈 일도 겪습니다.

 

은 아주 뛰어난 프로그래머입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잘'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똑똑한 자신이 리서치하고, 판단하고,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을 그대로 직설적으로 상대에게 얘기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사회성이 0입니다. 이 때문에 보스에게 "멍청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연애에 있어서도 좋은 파트너는 아닌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 자신을 무척 사랑하고, 멋진 인간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라는 아버지 루(Lou)에게도 거침없이 사실을 얘기합니다. 어머니는 루가 어릴 때 그를 떠났습니다.

 

해리슨은 소리, 시각 자극에 무척 예민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밖을 나가는 것은 그에게 늘 큰 도전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리지만-좋은 친구가 생기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아파트 밖을 나가고, 운동 수업에도 참여해보고, 버스를 타는 등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의 가족들은 부유하게 살고 있는데, 그들의 삶을 위해서 해리슨을 두고 타주로 이주를 하려고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는 맨디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것을 친구로서가 아닌 로맨틱한 쪽으로 받아들여서 오해를 해버리고, 맨디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맨디는 의대 입학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주인공 세명의 진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케어기버입니다. 그녀는 늘 이 세명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코치해주고, 인간으로서 사랑해주고, 친구로서 지지해줍니다. 늘 거실에서 모임을 열어서 그들의 하루가 어땠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들어주고, 조언해주고, 코치해주는 길잡이이자 좋은 멘토의 역할을 해줍니다. 의대 입학시험(MCAT)에 한번 떨어졌으며, 잘 나가는 남자 친구 조엘(Joel/거의 줄~이라고 발음하더군요)을 두고 있습니다. 이제 줄거리는 그만하고, 제가 인상 깊게 봤고, 저를 좀 더 생각하게 만든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

 

 

리서치 기회를 저버린 맨디의 선택에 대해

 

드라마 안에서 의대 진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맨디는 저명한 교수의 리서치 인턴이 되는 기회를 저버립니다. 이유는 주인공 3명을 무척 사랑하고, 그들의 삶에 맨디 자신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걸 오랜 시간 동안 강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는 남자친구 조엘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낸 것이었는데요. 여기서 문제는 리서치 인턴 기회에 지원한 사람은 맨디 자신이 아닌 남자 친구 조엘이라는 것입니다. 드라마 내용 중에서 맨디는 자신이 의사가 되어도 조엘에게 자신은 완벽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요. 이 대사로 미루어보아서 조엘은 맨디가 어서 의사가 되길 바라고, 지금보다 더 완벽해지길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지하지 못했었는데요. 제 남자 친구는 이 부분에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제게 물어보더군요. "J야, 너는 조엘이 좋은 사람같아?"라고요. 저는 처음에 좋은 사람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엘은 맨디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지지해주는 좋은 남자 친구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저명한 교수 밑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조엘이 만들어주고,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으로 인해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꿈의 기회를 놓칠 것 같이 보이는 그녀를 조엘이 도와줬다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남자친구는 다른 의견을 얘기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엘은 이기적인 것 같아. 맨디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인턴십에 지원해버렸잖아. 그녀는 현재 3명을 무척 사랑해서 남고 싶어 하는 것을 남자 친구라면 분명히 느끼고 알고 있었을 건데 말이지" 라구요. 이 말을 듣고 이마를 탁 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해리슨 부모의 선택에 대해

 

앞서 언급했듯이 해리슨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해리슨의 여동생이 다른 도시로 대학에 가기 됨에 따라, 부모도 이참에 몬태나로 이주를 하려고 합니다. 해리슨은 빼구요. 해리슨의 부모는 맨디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이사를 가게 될 건데, 앞으로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해리슨을 돌봐주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들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이제 우리도 우리의 삶을 살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부모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자폐를 갖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을 두고 같은 도시 안에서가 아니라 아예 다른 주로 이주를 해버리는 것은 이기적입니다. 또한 그동안 케어는 맨디가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가 한 것은 돈을 보내는 일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평생 해리슨을 곁에 두고 돌보는 동안 이들이 자신의 삶이 없다고 느꼈을 그들의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해리슨을 맨디에게 전부 맡기고 훌쩍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는 그들이 미웠습니다. 해리슨은 계속 도움이 필요하고, 그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큰 존재이기 때문이죠. 

 

 

내가 보기에 그들은 평범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제 자신과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해지고 싶어"라고 외치지만, 제 삶 그리고 일상을 돌아볼 때 그들은 무척 저 같았습니다. 이성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고, 어떻게 상대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잘 커뮤니케이션할지 모르겠어서 방황하는 모습이. 직장에서 일 열심히 하지만 상사던 동료던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회사 생활을 힘들어하는 모습이. 가족의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사랑과 관심을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어색하게나마 마음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꿈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진정한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살아가고 싶어 하는 그 마음까지. 모든 것이 저와 별다른 게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기 시작할 때, 주인공들이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것에 집중해서 내가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봐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들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발견했고, 우리의 평범한 삶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면서 본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세상에서 다치고, 무너지고,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서 제가 이들을 만날 수 있다면, 평범해지고 싶다고 늘 외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나와 다를 것이 없다고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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