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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미국병원생활

[슬기로운 미국 병원 생활] 뉴그랫 널스, 남의 돈 벌기 이렇게 어렵다니

by 이방인 J 시카고 202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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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뉴그랫 널스로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한번 적어볼까 해요. 다들 미국 간호사에 대한 환상 또는 기대를 가지고 많이 이 블로그에 방문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환상이라는 표현보다는 '기대'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올해 5월 미국에서 간호대 졸업 후 Neuro ICU에서 일을 하고 있는 뉴그랫 널스입니다. 제가 지금 9주째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바에 대해서 더 적어볼까 해요. 미국에서 간호대를 졸업한 학생이, 뉴그랫 널스가 되어서 병원에서 일할 때 어떤 점들이 어려운지, 그리고 어떻게 해소를 하고 있는지도 함께요! 

 

일 시작하자마자 몰려오는 불안감 + 긴장감 + 우울함

시카고에서 한시간 정도 달려서 골프장 근처에 있는 한적한 트레일에 갔어요.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니 우울해져서 너무 힘든 한 주였는데, 이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뉴그랫 널스로서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통장에 쌓이는 돈이 정말 행복해요. 저는 제가 졸업한 미국 대학 내 의대 연구직도 따로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사로 시작하자마자 연봉이 높아지는 미라클을 경험합니다. 돈을 많이 버니까 당연히 좋았어요. 이 돈을 잘 모아서 집 사는데 잘 써야겠다고 야무지게 계획도 세웁니다. 그런데, 세상에.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이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일이 너무, 너무,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저는 간호대 시작 전 한국서, 미국서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오피스에 앉아서 기사 쓰는 것 +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기사거리를 찾는 것 등을 통해 얻어진 경험치로 그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었는데요. 미국 간호사, 정말 일이 쉽지 않아요. Reddit 같은 곳에 New Grad Nurse Anxiety, or Struggle 이런 식으로 치면 글들이 정말 쏟아져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적응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이제 3달 정도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감히 아직 알기가 어렵네요. 

일 시작 전에 구체적으로, 불안하고 긴장이 되어서 잠을 자기가 어렵구요. 데이 오프 때에는 아무래도 나잇쉬프트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햇빛을 못 봐서 그런 건지 우울함이 밀려옵니다. 산책도 하고, 햇빛도 보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하지만 쉽게 떨쳐지지 않는 우울감이 들었어요. 오리엔테이션 중에는 아무래도 프리셉터가 있으니, 그 프리셉터가 잘 맞지 않는다면 이 괴로움은 두 배, 세배가 됩니다. 제 경우에는 프리셉터가 질문을 무척 많이 해서 처음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답을 알려주지 않고 잘 모르냐는 식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또 데이쉬프트 오티 때에는 ICU가 워낙 바빠서 일을 가르쳐주기가 좀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그다음 주에는 다른 널스가 배정되어서 잘 배웠으나, 그다음 주에는 그 널스가 다시 저를 가르치게 되어 마음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뉴그랫으로 ICU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잘 알지 못하면 환자에게 해가 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서 데이 오프 때에도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답니다. 널싱스쿨 다닐 때만큼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2-3시간은 꾸준히 오티 중에 배운 것 복습하고, 유튜브 영상들도 찾아보면서 잘 적응하려고 노력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러다 보니, 수면 부족에 불안함과 긴장감이 계속되다 보니 일하는 동안에도 마음이 너무 힘들고, 끝나면 또 스스로 자책하게 되어서 힘들었습니다. ICU 제 담당 프리셉터는 절대로 "잘하고 있어, 할 수 있어" 이런 말은 해주지 않더군요. 너무 차가운 널스를 만난 건지, 정말 출근할 때마다 고역이었습니다. 널싱스쿨 같이 졸업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았을 때, 프리셉터와 잘 맞는 것이 배움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았어요. 저는 운이 좋지 않았네요.

 

오프 날엔 집 밖으로 나가기 아니면 요리하기!

집근처에 새로운 서점이 문을 열어서 들렀어요. 조카들 생각이 나서 아이들 책 섹션을 둘러봤답니다.

저는 미국 살면서 점점 집순이가 됐는데요. 뉴그랫 널스로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오프 때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셀프케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예전에는 먼저 널스가 된 다른 친구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잘 놀러 다니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제 경우에는 나가서 놀지 않으면 정말 우울함이 크게 올 것 같아서 노력해서 집 밖에 나가게 됐습니다. 저는 강아지가 있어서 산책을 하루에 최소 3번 정도는 나가는데요. 그 정도면 햇빛도 잘 받았겠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실상 그렇지 않더라고요. 셀프케어는 정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저는 오렌지띠어리에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 날은 꼭 운동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렇게 능동적인 노력이 없다면, 정말 우울함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요리책 보고 요리하기입니다. 최근에 요리책을 구매했는데요. Nagi Maehashi라는 작가의 책입니다. 한 달 전 발간 된 것, 그리고 이미 유명한 책 한 권 총 2권을 사서 보고 있는데요. 정말 행복한 기분을 느꼈어요. 한창 제가 우울할 때, 특히 오리엔테이션 7주에서 8주 넘어갈 때쯤이었습니다. 책을 오더 해서 받고 나서 쭉 읽어보고 있었는데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고, 내가 책을 보며 만들 수도 있는데, 오프날은 행복하게 요리하면서 즐기고 싶다'. 오프날까지 우울함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던 찰나에, 요리책은 한줄기 희망이 돼주고 있답니다. 고맙게도요. 

 

널싱이 원래 이렇게 힘든 분야인가?

우리집 강아지 보미, 그리고 최근 만들어먹은 부라타치즈 피자입니다.

미국에서 널싱은 안정적인 수입에 사회적 지위까지 좋은 직업으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널스로서 일을 해보면서 느낀 점은 정말 너무 힘들다라는 것이에요.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을 해야 한다면, 정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스로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에 스레드를 시작해서, 많은 한국 간호사들과 연결이 됐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신 분들은 특히 더 만족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학교를 나오고 간호사로 일을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힘드네요. 만약 이 글을 보시는 간호사분들이 계시다면! 조언도 주시고, 응원도 주세요! 

사실 미국 간호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연봉, 좋은 베네핏을 생각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춰지는 Gen Z 간호사들을 보면, 다들 높은 연봉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지요. 미국 간호사의 장점 중 하나는 맞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것 정말 쉽지 않아요. 한국에서 간호사 업무가 어떤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이민을 많이 오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에 간호사 일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NP를 하던, CRNA를 하던, Research로 나아가던 길은 무척 다양한 것은 맞지만 시작은 누구에게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쓰는 저는 지금도 병동 돌아가서 일할 생각만 하면 너무 걱정되고 우울하답니다. 12시간 일 하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많고, CNA로 일할 때와 달리,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되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답니다. 제발~ 제 자신이 다음 주에는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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