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5월에 미국 간호대를 졸업하고, 9월에 Neuro ICU에서 일을 시작해서 벌써 한 달이 됐답니다. 한 달이나 됐다니, 시간이 빨리 간 것도 같고,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일주일에 세 번씩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고, 제게 지정된 프리셉터는 총 2명이었는데요. 앞으로 곧 4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에요. 데이쉬프트 6주, 나잇쉬프트 6주 총 12주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 달 동안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한번 나눠볼게요.
중환자실 업무에 익숙해지기
한달동안 제가 가장 잘하고 싶었던 것은 중환자실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7시부터 쉬프트가 시작되는데, Hand off 잘 듣고, 8시부터 환자들 Neuro assessment 하고, 약을 투여하고, 라운딩에 참여하고, 차팅을 틈틈이 하는 등 업무에 빨리 익숙해지고 싶었어요. 프리셉터가 저와 항상 붙어있지만,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 많이 물어보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한 널스당 환자를 2명까지 봅니다. 그래서 초반 2주 정도까지는 프리셉터와 함께 환자 두 명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환자 두 명을 케어하는 것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약 주는 것이 늦어지기 일쑤이고, 환자가 insulin drip이 있으면 당 체크를 한 시간 또는 두 시간마다 해야 하는데 그것도 늦어지기도 하고, 뉴로 체크하는 것에 adult assessment 하는 것도 시간이 왜 이렇게 걸리는지... 다 외우면서 하지 못해서 제 노트를 보면서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프리셉터와 리더들이 제게 제안한 것은 초반이니 환자를 두 명 중에 한 명만 보라고 하고,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환자를 한 명만 보는데도, 아직도 이것저것 업무가 밀려서 약을 늦게 주는 일도 생기고 있어요. 점점 더 익숙해지겠죠?
초반 첫번째, 두 번째 주에서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EVD (External ventricular drainage)였어요. 한 시간마다 드레인을 해야 하고, 쉬프트 시작할 때 zeroing을 하고, 또 환자 포지션이 바뀌면 level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순서가 왜 이렇게 헷갈리던지. 그리고 제 프리셉터가 무척 엄격한 편이라서 제게 칭찬은 물론이고, 잘 웃어주지도 않는데 제가 EVD를 만지고 있을 때마다 뒤에서 저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는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던지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제 프리셉터가 늘 방법을 다시 알려줘서 열심히 따라서 하면서, 외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쉬프트 때 기억이 또렷하게 다 난다면 신입이 아니죠 (?). 정말 힘든 첫 주, 두 번째 주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Neuro assessment는 분명 간호대 다니면서 시험까지 보고 통과를 했는데도, 어쩜 이렇게 기억이 안나던지요. 노트를 만들어서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면서 다시 암기하고 난리를 치는데도 환자를 대상으로 뉴로체크를 할 때면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나는지, 또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노트를 보고 또 보고 다시 하곤 했습니다. 특히 오전 8시에 Neuro assessment + Adult assessment 그리고 다른 업무들까지 한꺼번에 다 하려면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환자 룸에 오전 8시에 들어가면 9시 직전에 나오게 되고, 또 9시가 되면 다른 어세스먼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들어가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Neuro ICU에는 한 시간마다 체크하는 것이 무척 많고, 또 15분마다 체크해야 할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환자 병실에서 거의 하루종일 케어하고, 차팅 하는 등 시간이 정말 빨리 갔습니다.
유닛 리더들의 조언
유닛 디렉터와 어시스턴트 디렉터를 비롯해서 다른 리더 2명도 함께 참여한 미팅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중 일주일에 한번씩 미팅을 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체크하는 목적이었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체크해 줘서 정말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미팅이 정말 긴장됐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아직 해야 할 업무들에 적응을 잘 못했고, 열심히 배워가는 중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대체 어떻게 하면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조언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유닛 디렉터가 저에게 쉬프트 시작 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와서 환자 노트를 보면서 환자 파악을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줬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에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다음 날부터 30분에서 40분 정도 일찍 오기 시작했어요. 오자마자 차지 널스에게 저와 제 프리셉터에게 어사인 된 환자를 물어보고, EPIC에 들어가서 환자 노트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hand off 포맷을 프리셉터 중 한 명에게 받았기 때문에, 그 포맷을 이용해서 환자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환자 상태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미리 적어놓고, 나잇널스에게 핸드오프 때 물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응이 덜 된 것 같아서 제 스스로도 너무 걱정입니다 :)...
미팅 이후에 리더 중 한명이 저를 또 따로 불러서 잘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봐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에는 제게 혹시 나잇쉬프트 오리엔테이션을 일주일 앞당겨서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이유를 물어보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나잇쉬프트 적응하기가 어려울 텐데 일주일 당겨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데이쉬프트 오리엔테이션 하면서 제 프리셉터가 너무 바빠서 저를 잘 가르치지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에는 환자 두 명 보면서, 프리셉트를 가르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저도 공감하기에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시급의 1.5배 정도를 받고, 더 쉬운 환자 2명을 미리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데도 바빠서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제 쪽에서는 속상합니다. 차라리 프리셉터를 안 하겠다고 하면 모를까 말이죠. 제 입장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저는 30분-40분 아침에 일찍 와서 환자 노트를 보고, 어세스먼트도 집에서 계속 연습하고, 약도 공부해가고 하는 데도 실제 쉬프트 동안에 잘 배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힘든 것 같아요.
다음 주는 좀 더 나을까
Neuro ICU 합격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Ph.D.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듭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클리니컬 쪽도 좋고, 리서치도 좋은 저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더 맞을지 고민하는 것은 제가 앞으로 1-2년 안에 해결하고 싶은 숙제임을 알기에, 현재 더 일을 잘 배워서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야지만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이 이제 7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적응을 정말 잘하고 싶어요. 일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니, 너무 스트레스받고 있어요. 그래도 어떤 날은 잘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기도 하답니다. 열심히 참고 배우면 현재 일하고 있는 다른 널스들처럼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7주 후면, 훨씬 더 잘 일할 수 있을까요? 미국 간호사분들 중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으면, 댓글로 일하는 것 어떠신지 그리고 언제쯤 적응을 했는지 나눠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을 향해 걸어가시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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