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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미국병원생활

[슬기로운 미국 병원 생활] 미국 간호사 한달 차, 아직 너무 어렵다

by 이방인 J 시카고 2024.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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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5월에 미국 간호대를 졸업하고, 9월에 Neuro ICU에서 일을 시작해서 벌써 한 달이 됐답니다. 한 달이나 됐다니, 시간이 빨리 간 것도 같고,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일주일에 세 번씩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고, 제게 지정된 프리셉터는 총 2명이었는데요. 앞으로 곧 4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에요. 데이쉬프트 6주, 나잇쉬프트 6주 총 12주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 달 동안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한번 나눠볼게요.

 

중환자실 업무에 익숙해지기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헬리콥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가 있어서 20분 정도 늦게 퇴근한 날.

한달동안 제가 가장 잘하고 싶었던 것은 중환자실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7시부터 쉬프트가 시작되는데, Hand off 잘 듣고, 8시부터 환자들 Neuro assessment 하고, 약을 투여하고, 라운딩에 참여하고, 차팅을 틈틈이 하는 등 업무에 빨리 익숙해지고 싶었어요. 프리셉터가 저와 항상 붙어있지만,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 많이 물어보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한 널스당 환자를 2명까지 봅니다. 그래서 초반 2주 정도까지는 프리셉터와 함께 환자 두 명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환자 두 명을 케어하는 것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약 주는 것이 늦어지기 일쑤이고, 환자가 insulin drip이 있으면 당 체크를 한 시간 또는 두 시간마다 해야 하는데 그것도 늦어지기도 하고, 뉴로 체크하는 것에 adult assessment 하는 것도 시간이 왜 이렇게 걸리는지... 다 외우면서 하지 못해서 제 노트를 보면서 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되니, 프리셉터와 리더들이 제게 제안한 것은 초반이니 환자를 두 명 중에 한 명만 보라고 하고,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하고 있답니다. 환자를 한 명만 보는데도, 아직도 이것저것 업무가 밀려서 약을 늦게 주는 일도 생기고 있어요. 점점 더 익숙해지겠죠? 

초반 첫번째, 두 번째 주에서 저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EVD (External ventricular drainage)였어요. 한 시간마다 드레인을 해야 하고, 쉬프트 시작할 때 zeroing을 하고, 또 환자 포지션이 바뀌면 level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순서가 왜 이렇게 헷갈리던지. 그리고 제 프리셉터가 무척 엄격한 편이라서 제게 칭찬은 물론이고, 잘 웃어주지도 않는데 제가 EVD를 만지고 있을 때마다 뒤에서 저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는데 왜 이렇게 긴장이 되던지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제 프리셉터가 늘 방법을 다시 알려줘서 열심히 따라서 하면서, 외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쉬프트 때 기억이 또렷하게 다 난다면 신입이 아니죠 (?). 정말 힘든 첫 주, 두 번째 주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Neuro assessment는 분명 간호대 다니면서 시험까지 보고 통과를 했는데도, 어쩜 이렇게 기억이 안나던지요. 노트를 만들어서 보고 또 보고,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면서 다시 암기하고 난리를 치는데도 환자를 대상으로 뉴로체크를 할 때면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나는지, 또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노트를 보고 또 보고 다시 하곤 했습니다. 특히 오전 8시에 Neuro assessment + Adult assessment 그리고 다른 업무들까지 한꺼번에 다 하려면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환자 룸에 오전 8시에 들어가면 9시 직전에 나오게 되고, 또 9시가 되면 다른 어세스먼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들어가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Neuro ICU에는 한 시간마다 체크하는 것이 무척 많고, 또 15분마다 체크해야 할 것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환자 병실에서 거의 하루종일 케어하고, 차팅 하는 등 시간이 정말 빨리 갔습니다. 

 

유닛 리더들의 조언

나를 괴롭혔던 EVD.

유닛 디렉터와 어시스턴트 디렉터를 비롯해서 다른 리더 2명도 함께 참여한 미팅에 참여를 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중 일주일에 한번씩 미팅을 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체크하는 목적이었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체크해 줘서 정말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미팅이 정말 긴장됐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아직 해야 할 업무들에 적응을 잘 못했고, 열심히 배워가는 중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대체 어떻게 하면 잘 적응을 할 수 있을지 조언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유닛 디렉터가 저에게 쉬프트 시작 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와서 환자 노트를 보면서 환자 파악을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줬어요. 그래서 저는 그것에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다음 날부터 30분에서 40분 정도 일찍 오기 시작했어요. 오자마자 차지 널스에게 저와 제 프리셉터에게 어사인 된 환자를 물어보고, EPIC에 들어가서 환자 노트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hand off 포맷을 프리셉터 중 한 명에게 받았기 때문에, 그 포맷을 이용해서 환자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환자 상태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미리 적어놓고, 나잇널스에게 핸드오프 때 물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응이 덜 된 것 같아서 제 스스로도 너무 걱정입니다 :)... 

미팅 이후에 리더 중 한명이 저를 또 따로 불러서 잘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봐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틀 전에는 제게 혹시 나잇쉬프트 오리엔테이션을 일주일 앞당겨서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이유를 물어보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나잇쉬프트 적응하기가 어려울 텐데 일주일 당겨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데이쉬프트 오리엔테이션 하면서 제 프리셉터가 너무 바빠서 저를 잘 가르치지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에는 환자 두 명 보면서, 프리셉트를 가르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저도 공감하기에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시급의 1.5배 정도를 받고, 더 쉬운 환자 2명을 미리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데도 바빠서 가르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제 쪽에서는 속상합니다. 차라리 프리셉터를 안 하겠다고 하면 모를까 말이죠. 제 입장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저는 30분-40분 아침에 일찍 와서 환자 노트를 보고, 어세스먼트도 집에서 계속 연습하고, 약도 공부해가고 하는 데도 실제 쉬프트 동안에 잘 배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힘든 것 같아요. 

 

다음 주는 좀 더 나을까

쉬는 시간에 잠시 4층에 들러서 샌드위치를 먹다가 밖에 날씨가 좋은 것 같아서 한장 찍었습니다.

Neuro ICU 합격하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Ph.D. 프로그램을 그만둔 것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듭니다.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적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클리니컬 쪽도 좋고, 리서치도 좋은 저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더 맞을지 고민하는 것은 제가 앞으로 1-2년 안에 해결하고 싶은 숙제임을 알기에, 현재 더 일을 잘 배워서 적응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야지만 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리엔테이션이 이제 7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적응을 정말 잘하고 싶어요. 일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들다니, 너무 스트레스받고 있어요. 그래도 어떤 날은 잘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기도 하답니다. 열심히 참고 배우면 현재 일하고 있는 다른 널스들처럼 여유롭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7주 후면, 훨씬 더 잘 일할 수 있을까요? 미국 간호사분들 중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으면, 댓글로 일하는 것 어떠신지 그리고 언제쯤 적응을 했는지 나눠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을 향해 걸어가시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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