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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미국병원생활

[슬기로운 미국 병원 생활] 뉴그랫 부서 트랜스퍼하기, 나는 어디로?

by 이방인 J 시카고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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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뉴그랫으로서 병원에서 일한 지 두 달 하고도 첫째 주가 됐어요. 벌써 8주를 마치고, 9주차에 접어들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Neuro ICU에서 간호사로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ICU라는 세팅이 제게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처음에는 뉴그랫이라서, 아직 잘 몰라서라고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생사를 드나드는 위급한 순간이 무척 많은 세팅보다는 조금 더 acuity가 낮은 곳에서 일하는 것, 또는 아예 다른 세팅에서 일하는 것이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뉴그랫으로서 다른 부서로 트랜스퍼가 가능한지, 저의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눠볼까 해요 ! 

 

ICU가 아닌가?

11월이 되자 병원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네요.

ICU가 내게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8주가 될 때까지도요. 미국 간호대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들어간 부서였는데. 2년 반 정도 CNA를 하면서 수많은 부서에 가서 일을 해봤지만. 간호대 3학년 여름방학 때 병원에서 externship도 했는데. 간호대 내내 클리니컬 하면서 다양한 부서를 경험해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고민 끝에 정해서 들어간 부서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은 제게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습니다. 이제 갓 졸업했는데 어떻게 알겠느냐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미리 알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아무튼, 8주 동안 저는 정말 열심히 배웠습니다. 남들보다 40분~1시간 정도 일찍 병원에 가서 환자 노트 읽어보고, cluster care 어떻게 할지 생각도 하고, 모르는 약도 찾아보고요. 8 주내 내 매일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저는 후회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일 최선을 다했거든요. 

'ICU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그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뉴그랫 미국 간호사가 있다면, 가장 잘 맞는 부서를 찾기 위해 꼭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는 것을 권장해요. 자신이 지금 일하는 부서가 잘 맞는지요. 미국 널싱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부서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일 가는 것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이제 어디로 가야 해?

스벅에서 음료를 시켰는데 귀여운 낙엽 스티커를 붙여줬어요. 마차 음료였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

널스 매니저들과 위클리미팅을 할 때, 얘기를 했습니다. ICU가 내게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요. 그러자 리더들은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하며, 본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긴 대화 끝에 저는 ICU가 아닌 다른 부서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다시 구직 중입니다. 같은 병원 내에서요. 벌써 매니저가 General Medicine 유닛 인터뷰를 잡아주어서 내일 인터뷰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메드 서지 유닛보다 Operating Room 잡에 더 관심이 가게 되어서 매니저와 유닛 리더에게 이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입니다. 제발, 제발 저를 좀 데려가줬으면 좋겠다! 는 생각이에요. 예전에 미국 수술실에서 하루동안 쉐도잉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기존에 제가 알던 베드 사이드 널싱과는 무척 다른 개념이어서 신선하게 다가왔고,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아직 답장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애가 타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니 3개월 만에 다시 느껴보는 간절함입니다.

아직 뉴그랫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어느 부서로 가든지 뉴그랫이라고 불릴 수 있는 특권 기간인 1년 동안 무조건 적응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큽니다.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서, 그리고 제 널싱 커리어를 위해서도 무척 잘 해내야겠죠? 

 

가장 어려웠던 점들

서플라이 사진찍어서 하나씩 전부 외우는 등 열심히 했지만..

다른 부서로 가기 전, 솔직하게 어떤 점들이 ICU에서 참 많이 힘들었는지 말해보고 싶어요. 첫 번째, Time Management입니다. ICU에서 환자 2명만 보는데, time management가 이렇게 힘든 일일까라고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 2명은 정말 생사를 오가고 있는 환자들이기도 하고, full assessment는 물론, neuro 환자들의 경우, pupilometry를 한 시간에 한번씩 사용한다던지, EVD가 있다던지, insulin drip이 있다고 하면 한시간에 한번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post op 환자의 경우, q15도 허다합니다. 그렇다 보니 뉴그랫으로서 시간 관리가 왜 이렇게 힘들던지요. 환자는 두 명이지만, 한 명당 체크해야 할 것이 왜 이리 많고, 또 약 주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iv flush 해서 patency를 체크하려는데, 갑자기 iv로 fluid가 안 들어가진다? 하면 새 iv를 넣어야 하니까 거기서 시간이 더 걸리고요.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내일은 assessment 15분 만에 다 끝내고 약 주고, 환자 방에서 나온 다음, 다음 환자 보러 들어가자'라고 또 다짐을 해요. 그런데, 막상 유닛 가서 일할 때는 또 그게 생각처럼 안됩니다. ICU 지만 ICU 치고는 스테이블한 환자를 볼 때 빼고, 제시간에 이것저것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답니다. 이렇게 되면 큰 문제가 되는 것이 환자 케어나 어세스먼트가 늦어지기 때문에, 밀리고 밀리고, 정말 악순환이 됩니다.

두 번째, 새로 배울 스킬들이 무척 많았어요. IV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 EVD 어떻게 드레인 하는지, 각종 PICC, Central 라인 드레싱은 어떻게 체인지하는지 등 왜 이렇게 모르는 게 많던지요. 배울게 많다 보니, 더 많이 물어봐야 했고, 물어보고 배우면서 하다 보니 시간이 두 배 세배는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이 때문에 time management 문제에 더 추가가 되면서 환자 케어가 더 어렵게 됐었답니다. 다행히 프리셉터 중 저와 잘 맞는 사람들에게 배울 때는 이 문제를 꼭 극복하고 싶다고 늘 얘기하고, 매 시간마다 환자 체크할 때 이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뉴그랫이고 또 일도 잘 못하다 보니 프리셉터가 보기에도 참 안타깝기도 하고, 본인도 가르치면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고, 유닛에서 일하지 않을 때에도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정말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고민 중에 있을 때, 가장 도움이 된 말은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부서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제겐 Neuro ICU가 잘 맞는 부서가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경력을 더 쌓고, 다시 ICU에 재도전할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앞둔 인터뷰 그리고 다른 유닛에 기회가 생기면 일단 가고 싶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미국 간호대생 혹은 이제 막 졸업하신 분들 중 아직 일 시작을 안 하신 분들이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어떤 부서가 내게 맞는지 잘 알아보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 처음에 Neuro ICU에 합격해서 무척 좋아했다가, 이렇게 2개월 만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해서 다른 부서를 알아보고 있잖아요. 사실 직접 일해보지 않고서는 어떤 부서가 맞는지 알기 참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쉐도잉 하는 것도 추천을 하고요. 뉴그랫 널스로 일하고, 살아남기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미국에 사는 간호사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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