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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프로포즈를 받고, 약혼을 했어요!

by 이방인 J 시카고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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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저와 제 미국인 남자친구 마이클이 최근에 약혼(Engagement)을 했습니다! 제가 프리널싱을 마치고, 널싱스쿨 지원을 할 때쯤 마이클을 만났고,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서 저희가 약혼을 하게 됐어요. 정말 매일이 행복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 오늘은 프로포즈를 받은 이야기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정말 예상을 못하고 있었어서 완전한 서프라이즈였답니다.

 

오후 3시에 하이킹을 가자고 하는 마이클!

미국 널싱스쿨 졸업 후, 엔클렉스를 합격하고 나서 잡을 열심히 찾던 저는 감사하게도 원하던 부서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서 첫 번째 관문이었던 HR 인터뷰를 집에서 전화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거의 오후 3시가 됐어요. 긴장하기도 했고, 준비하느라 잠을 좀 설쳐서 피곤하다고 느껴져서 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마이클이 오늘 산에 하이킹하러 가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주 내내 마이클이 강아지와 산에 가서 하이킹을 꼭 하자고 말해오기도 했고, 날씨도 좋기도 하고, 마이클이 무척 행복해 보이고 기대감에 차 보이기도 해서, 저는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산에 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2시간 거리에 있는 산으로 하이킹을 하러 출발했어요. 가는 내내 저와 마이클은 신나게 얘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산으로 향했습니다 :) 지금 생각해보니, 마이클이 빌드업을 무척 열심히 해놓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널싱스쿨 프로그램에 있는 동안, 저와 마이클은 제가 시험이 끝날 때마다 같이 하이킹을 가던지, 멋진 공원에 가서 걷든지, 야외 활동을 했었어요. 공부와 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저희 집 강아지도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오늘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하고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신나게 걷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잉, 주머니에 뭐야?

산에 도착하기 20분 전에 운전하고 있는 마이클 주머니에 툭 튀어나온 것을 보게 됐어요. 작은 박스 같아 보이는데, 주머니에 불편하게 넣고 있기보다 제 가방에 넣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주머니에 뭐야? 그거 나 줘, 내 가방에 넣게!"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마이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괜찮아, 내 주머니에 넣고 있어도 돼"라고 하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저한테 줄텐데 말이죠.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창 밖에 풍경을 감상하면서 한참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마이클 바지 주머니에 있는 작은 박스가 아주 정사각형인 데다가, 도착하면 오후 5시쯤 되는데, 왜 그렇게 산에 가자고 했는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오늘 마이클이 저에게 청혼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그 박스 모양이 약혼반지를 담고 있는 반지 케이스 일 것이라고 번뜩 생각이 들었어요. 산에 도착하기 20분 전부터 저는 갑자기 긴장이 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긴장이 되던지.. 그래서 마이클에게 뭐라고 대화도 하기가 어렵고, 마이클도 뭔가 제가 눈치챈 것을 알았는지 엄청 조용하더라고요.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가다가 갑자기 정적 게임이 시작된 것이에요. 마이클은 저보다 아마 더 긴장했겠죠? 저는 너무 긴장한 탓에 반지 박스가 아닐 수도 있는데 너무 섣불리 생각하지 말자~ 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을 달려서 산에 도착했어요. 주차장을 보니 차가 몇 대 밖에 없더라고요. 저와 마이클, 그리고 강아지 보미 다 같이 산에 오르기 시작했고, 저희가 좋아하는 곳에 도착해서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프로포즈 순간을 담다

갑자기 마이클이 제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게 애플워치를 이용해서 아이폰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당연하지! 하고서 내가 카메라를 놓을 테니까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저희가 오후 5시쯤 도착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정말 한 명도 없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었어요 :) 사진을 몇 장 찍고, 마이클이 혹시 동영상 찍는 것도 할 수 있냐고 해서, 그렇게 세팅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마이클이 아주 긴장한 모습으로 저를 보면서 "너를 만나고 정말 매일이 행복했어"부터 시작해서 정말 스위트한 말들을 해줬어요. 저도 너무 긴장한 터라 또렷이 기억이 안 나요. 마이클이 제게 청혼을 하면서도 너무 긴장을 했는지 몇 번이나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있어서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빵 터졌답니다 :) 아무튼, 마이클의 청혼 스피치가 끝나고, 무릎을 꿇고, 반지를 꺼내서 제게 "Will you marry me?"라고 물어봐서 저는 "YES!!!"라고 크게 외쳤답니다. 너무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산에 도착하기 20분 전에 마이클이 제게 청혼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부터 저도 너무 긴장을 했고, 운전하는 내내 그리고 프로포즈를 하는 순간까지 마이클도 긴장을 했을 텐데, 셋(강아지 보미까지!)이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We're engaged!! 

마이클이 제게 준 반지는 마이클 외할머니의 반지였습니다. 가운데 루비가 반짝이고, 양 옆에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있는 아름다운 반지예요. 제가 마이클에게 왜 외할머니 반지를 선택했냐고 물어보니, 제게도, 본인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가장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 반지는 외할머니가 몇 해 전 마이클 어머니에게 주었고, 마이클 어머니는 올해 초, 마이클에게 저에게 청혼을 할 때 이 반지를 주어도 된다고 말을 해주셨다고 해요.

 

약혼 비하인드 스토리

집에 갈 때쯤, 제가 마이클에게 물었습니다. 제 가족, 그리고 마이클 가족 모두가 오늘 저희가 약혼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느냐고요. 마이클이 "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이클이 몇 주 전부터 제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저와 약혼을 하고 싶다고 허락을 구했고, 또 마이클 가족들에게도 연락해서 저와 약혼을 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다들 마이클이 곧 제게 프러포즈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며칠에 하는지는 몰랐다고 합니다 :) 마이클 가족들이 가까이 살아서 며칠 전에도 만나서 밥 먹고, 신나게 대화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다들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줬다니 너무 고맙고, 정말 다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게 웃겨서 또 웃었답니다. 이제는 주변에 얘기할 때도, 집에서 서로 얘기할 때도 남자친구가 아닌 피앙세(fiancé)라고 부르게 됐는데요, 이게 또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요. 다음 글에서는 제 특별한 약혼반지들(!)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해요. 왜 '들'이라고 했을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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