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 시카고입니다.
여행 글은 참 오랜만입니다. 그동안은 널싱스쿨에서 공부를 하느라 꿈도 꾸지 못했던 일주일 간의 여행을 드디어 졸업 후에 다녀오게 됐어요. 이 글은 여행 글이면서도, 특히 엄마와 여행을 다녀와서 제가 느낀 점들을 나누고 싶어서 쓰게 됐습니다. 저만 미국에 이민을 와서 영주권자로 살고 있기도 하고, 공부를 오래 하느라 매년 한국에 가지 못했었기에 엄마를 정말 거의 4년 만에 만났어요. 이번 여행에서 어떤 곳들을 갔는지,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사진과 함께 나눠보도록 할게요.
엄마, 목적지는 비밀이야. 다만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이니 옷을 잘 챙겨와줘!
저는 5월 초, 미국 시카고에 있는 대학에서 간호 학사를 받았어요. 졸업을 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졸업 전부터 의대에서 연구 코디네이터로 일을 하게 됐고,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어서 감사하게도 돈을 모아서 가족들이 온다면 그 여행을 제가 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상황상 이번 졸업식에 한국에서 엄마만 오셨는데요. 그 이야기를 미리 듣고서 저는 엄마와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늘 열심히 일하시고, 번 돈을 제게 보내주시며 미국에서 더 큰 세상을 보고 배우라고 하신 부모님께 제가 공부했던 곳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하와이와 시애틀에서 학교와 학원들을 다닌 적이 있었기 때문에 두 군데를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시카고에 계시는 3주 동안 두 군데를 다 보여드리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결국 저는 하와이를 선택했습니다. 목적지는 시카고에 오실 때까지, 제 졸업식 패밀리 디너를 하는 날까지도 비밀로 했어요 :)
한국에 있는 엄마와 전화통화를 할 때면, 저는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 한국에서 옷을 잘 챙겨 와 줘!"라고 부탁을 했고요. 엄마는 정말 제가 어떤 여행을 준비했는지 모르신 채 시카고에 오셨답니다. 비행기 티켓, 숙소, 렌터카, 일정까지 제가 다 책임을 졌어요. 제가 번 돈으로 처음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라서 참 뿌듯하고, 기쁘고, 기대가 많이 됐습니다. 꼭 한 번은 제가 멋진 여행을 선물해드리고 싶었거든요.
엄마, 편지를 열어봐. 비행기 티켓을 보고 어디 가는지 맞춰봐!
5월 초, 졸업식이 끝난 직후 제 한국 가족 대표로 온 엄마와 제 파트너 가족들이 전부 저희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모여서 졸업 저녁식사를 함께 했어요.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를 제 파트너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정말 행복했는데, 엄마가 한국에서 제 파트너 가족들의 선물을 잔뜩 사다 주셔서 더더욱 기분 좋은 저녁식사가 됐어요! 음식도 무척 맛있었고요.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저는 제가 준비한 선물을 엄마에게 전달했어요. 편지봉투 달랑 하나였죠. 그리고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제가 엄마를 위해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다들 주목해 주세요!" 하고요. 다른 가족들 중 단 3명은 이미 제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비밀을 지켜줬어요. 그리고 엄마가 드디어 편지를 열어서, 비행기 티켓을 확인했어요. 그런데, 올 때 그리고 갈 때 경유지가 한 개씩이나 있어서, 엄마가 하와이행 비행기라는 것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하나씩 읽어드리면서, 하와이안 꽃이 붙어있는 최종 목적지, 하와이-호놀룰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하와이에 간다고 말해드렸어요. 엄마는 너무 놀라워하시고, 기뻐하셨답니다 :) 제 서프라이즈 선물이 성공해서 정말 저도 기뻤어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엄마한테 물어보니, 전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카고에서 3-4일을 더 보내다가, 하와이로 일주일이나 여행을 가야 했기에, 엄마에게 하와이 가기 전에 혹시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사야 할 것이 있으면 사자고 했습니다. 저는 이미 목적지를 정한 지가 오래였기 때문에, 선스크린, 해변에서 쓸 돗자리, 비치타월, 바셀린 등을 이미 코스트코에서 다 구매한 상태였어요. 엄마도 딱히 사서 갈 것이 없다고 하셔서 짐을 참 가볍게, 마음을 기쁘게 가지고 여행을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LAX 공항에서 하루동안 발이 묶이다
저희가 시카고를 떠나는 날, 갑자기 시카고에 비가 정말 많이 왔어요. 아침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왔어요. 고맙게도 제 파트너가 저희를 공항에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편하게 공항으로 이동을 했는데요. 비가 많이 와서 앞이 잘 안보였습니다. 제 휴대폰에는 계속 이메일과 문자가 왔어요. 비행기 뜨는 시간이 계속 늦춰지고 있었습니다. 걱정은 조금 했지만,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경유지가 1군데 있었는데, 한 시간 이상 머무르다가 비행기를 타는 것이라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정말 날벼락같은 소식으로, 비행기가 너무 딜레이 되어서 저희가 Connecting Flight을 놓치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도 American airline이 알아서 해주겠거니 했는데, 결국 저희는 하와이 호놀룰루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어요. 시카고에서 이미 LA로 비행기를 타고 온 상황이었습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에서는 몇 시간 뒤인 오후 6시 비행기에 대기를 걸어주겠다고 해서, 기다렸으나 비행기가 꽉 차서 탈 수 없었어요. 아메리칸 에어라인에서 내놓은 대안은 다음날 오전 8시 비행기에 대기를 걸어줄 것이고, 오후 2시 비행기는 확정으로 탈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거였어요. 엄마께 죄송하게도 결국 저희는 공항에서 하루동안 잠을 자게 됐습니다. 오전 8시 비행기를 타고 호놀룰루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서요. 날씨문제로 인해서 비행기 딜레이가 되고, 그것으로 인해 connecting flight을 놓쳤다면, 항공사에서는 숙박이나, 음식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답니다.
이날 LAX에서 오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하루를 보냈는데요. 다행히 이 공항은 24시간 문을 여는 공항이기도 하고, 큰 공항인 데다가 음식 먹을 곳도 많이 있어서 엄마와 저녁도 먹고, 큰 공항을 산책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잠을 잘 때는 잘 곳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소파에서 잤답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하와이에서의 하루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속상해서 눈물도 났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재미있는 추억 중 하나가 됐습니다. 언제 이렇게 LA 공항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보겠어요? :) 엄마가 제 행운의 여신인지, 그다음 날 저희는 정말 운 좋게 오전 8시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와이로 향할 수 있었어요.
하와이에 도착해서 첫날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다음 글에서 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하와이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비롯해서 엄마와 재미있는 여행 에피소드들도 나눠볼 예정이에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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