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 시카고입니다.
오늘은 이것저것 과제도 다 하고, 이번달까지 해야 하는 리서치 업무도 조금 마무리되어가는 중이어서 글을 오랜만에 쓸 수 있게 됐어요. 저는 한국어로 글을 쓸 때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답니다. 아무튼, 벌써 2월 말이 됐고, 곧 3월이 된다고 생각하니 점점 5월에 있을 제 두 번째 학사 졸업식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물론, 널싱스쿨은 시험들이 무척 어렵기도 하고, 공부할 양이 너무 많아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졸업을 제 때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정신 바짝 차려서 공부해서 올해 5월 꼭 졸업하고 싶어요.
미국 간호대 4학년 2학기, OB와 PED 실습
요즘 근황을 적어보자면, 이번 학기에는 소아과(PED)와 산부인과/여성건강(OB)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소아과 실습을 마쳤고, 곧 바로 OB 실습에 들어갈 예정이랍니다. OB 실습의 경우, 집에서 너무 먼 병원이 당첨되어서 장거리 운전으로 인해 많이 피곤해질 것 같아요. 그래도 다들 실습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다고 얘기를 해줘서 잔뜩 기대 중입니다 :) 소아과 실습의 경우, 제가 갓 태어난 아기들부터 청소년 연령의 사람들을 돌볼 수 있었는데요, 만약 한 간호사가 4명의 환자를 담당한다고 하면, 그 4명의 환자 모두 연령대가 제각각이어서 참 흥미롭고, 배울 것이 매번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간호대 시작 전에 CNA를 했었는데, float pool이라고 해서 한 유닛에 속하지 않고, 모든 유닛을 다 돌면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 PED와 OB를 빼고, 전부 다 갔었죠. 그래서인지 이미 성인이 된 환자들, 그 나이대 이상을 돌보곤 했었는데, 어린 환자들을 돌보는 것도 정말 보람차고, 재미도 있었답니다. 클리니컬 시작 하기 전에 제가 했던 생각은 "너무 슬퍼서 울면 어떡하지", "PED 유닛의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소통도 많이 해야 한다던데, 잘할 수 있을까?"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슬퍼서 울기보다, 아픈 환자를 도와줘서 그 환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큰 보람이 느껴졌고요. 환자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해소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보호자들은 환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떻게든 간호사나 의사가 하는 일을 보호자로서 도와주고 싶어 하고, 또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었습니다. 매번 부모님의 사랑이 참 이렇게 크고 아름답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수업, 그나마 할만 한 4학년 2학기
소제목을 '그나마 할만 하다'라고 썼지만, 이 글을 쓰고 다음날 제가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힘겨워할 수 있다는 점.... 아무튼, 이번 학기는 그나마 할 말 합니다. Acute Care를 배웠던 지난 학기보다 오히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물론, OB도, PED도, 외워야 할 것, 이해해야 할 것은 산더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학기이기도 하고, 간호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서 잘 버티고 있답니다. 이번 학기도 역시, 수업은 이틀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3일은 대부분 실습을 하고 있어요. 실습 끝나고 집에 오면 씻고 무조건 공부를 하고요, 너무 피곤하다 싶으면 잠을 1시간 정도 자고, 공부나 과제 시작을 하는 편입니다.
요즘, 친구들과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이번 학기가 확실히 할만 하다는 것입니다. 3학년 때를 생각하면, 정말 한마디로 지옥 같았어요. 실습도 많고, 공부도 너무 어렵고, 랩 수업도 많기도 했고요. 그리고 어려운 과목의 경우, 한 학년 선배들이 그 과목을 패스하지 못해서 1년을 기다려서 재수강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기도 하면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정말, 작년에는 낮잠을 잠깐 자도, 악몽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누구나 각 과목을 패스하고 싶은 마음이 크잖아요. 그리고, 한 학기 더 해야 한다? 그러면 몇만 불을 학비로 또 내야 하잖아요. 예전에 어떤 글에서, 글쓴이가 "미국 간호대, 패스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는데, 댓글에서 어떤 분이 "한국인이라면 다들 독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무조건 패스한다"라고 쓴 것을 봤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제 cohort은 아니고, 한 학년 선 Korean American 1명이 한 수업을 패스 못해서, 1년 기다려서 다시 듣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아무튼, 이번 학기는 그나마 가끔 하늘도 쳐다보고, 시험 끝난 날 남자친구와 강아지들과 함께 공원에 가서 날씨를 즐긴다던지, 아니면 레스토랑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루 정도 쉴 정도는 됩니다.
신나는 Spring Break 계획
지난해 Spring Break은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절대 패스 못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올해 Spring Break때 저는 뉴욕에 가서 조카랑 시간을 보내고 오던지, 아니면 LA에 가서 이모랑 구경을 하러 다니던지, 아니면 저와 남자친구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 시카고 근처에 갈만한 트레일 또는 산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가족들이 있어서 일년에 두 번 정도는 뉴욕에 꼭 가는 편인데요. 이번에는 남자친구 부모님께서 Spring break이나, 학기 중 시간 날 때 한번 와서 다 같이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다시 학교로 복귀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하셔서 지금 고민 중입니다. 현재 Spring break까지 한 달 정도 남았어요. 제 학교 친구들은 운전해서 토론토에 가고 싶어 하기도 하고, 대부분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합니다. 아직 무엇을 하게 될지 정확히 모르지만, 소개해드릴 만한 곳을 가게 된다면, 오랜만에 여행 글도 작성해 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번 Spring break 중에, 저는 해야할 과제들이 있어요. 학교 과제도 분명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엄마가 방문하는 것입니다. 숙소는 해결이 되었는데, 같이 여행 일정을 짜야하는 것을 시간 있을 때 틈틈이 해두려고 해요. 아빠는 일 때문에 바쁘셔서 올해 졸업식 때는 말고, 아마 연말에는 오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엄마와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은데요. 운전해서 뉴욕, 캐나다도 가고 싶기도 하고, 날씨 좋은 엘에이나 샌프란시스코도 좋을 것 같아요. 당연히 시카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그때 남자친구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우선 제가 먼저 일정을 짜보고, 중요한 날들은 비워달라고 미리 얘기를 한 상태입니다. 정말 기대가 돼요! 덕분에 제 NCLEX 시험 날짜는 한 달 정도 뒤로 밀려나지만, 제가 8월에 박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따면 돼서, 별로 큰 걱정은 없습니다.
의도치 않게 점점 길어지는 가방끈
저는 특이하다면 특이한 학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첫번째 학사 4년, 두 번째 학사 4년(진행 중), 그리고 8월에 예정된 박사 4-5년에, 포닥 1-2년. 공부를 정말 오래 하고 있고, 오래 할 예정이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를 정말 오래 하게 됐는데, 후회가 1도 없어요. 미국에서 두 번째 학사를 다시 하게 된 것은 제가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덕분에, 새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됐고, 미국 학부 덕분에 이제 어느 학교나 직장을 가던 제 분야에서 제 출신 학교/도시가 명확해졌어요. 미국에서 첫 직장을 다닐 때, 저는 한국에서 왔었기 때문에 출신을 얘기하려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얘기했었는데요. 이제는 제가 말할 학교과 도시가 생겼답니다 :)
대학 졸업 후, 시카고에 직장을 잡게 되어서 오게 되고, 예상치 못하게 간호대를 가서 두번째 학사를 하게 됐고, 의대에서 Research Assistant로 일하다가 갑자기 박사를 지원하게 되고... 정말 이 중에서 제가 계획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미국에서 신문기자가 된 것도, 미국에서 계속 살게 될 것도,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에요. 가끔은 제가 계획하거나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제 인생 덕분에 고민이 생기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정말 만족하고, 행복하고, 매일 더 설레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너무 놀랍게도요! 앞으로도 길어진 가방끈을 가지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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