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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추운 겨울, 시카고 노숙자들을 돕다

by 이방인 J 시카고 202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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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제가 올해 8월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해오고 있는 봉사활동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시카고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에서 시카고 노숙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시작한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노숙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대화를 하면서 미래 의료진으로서 Community Health에 관심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오늘은 제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됐는지, 어떤 것들을 느끼고 있는지 나눠보려고 해요. 

 

교수님, 텀블러에 스티커 뭔가요?

 

봉사활동 시작한 첫 날, 버스에 같이 타고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

 

지난해, Psychiatry Unit에서 간호대 클리니컬 실습을 시작했을 때, 어느 날 교수님의 텀블러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친구가, 그 스티커가 무엇인지 물어봤어요. 그것은 교수님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시카고 내 한 비영리단체 로고였어요.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그 단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셨는데, 간호대생으로서 정말 흥미로웠어요. 왜냐하면, 이 단체에서는 거주 공간이 필요한 어린 청소년들에게 쉴 공간을 내어주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만 아니라, 시카고 곳곳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위생용품 키트, 콘돔, Narcan(펜타닐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주면 의식, 호흡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 등을 전달해주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Health Outreach Bus 봉사활동의 경우, Nurse Practitioner 1명, Social Work, 한 달에 몇 번씩은 수의사도 함께 버스에 타서 노숙자들의 건강, 그리고 노숙자들의 반려견의 건강까지 무료로 체크해 주고 필요시 약처방과 간단한 치료도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Social worker가 하는 일도 정말 흥미로웠어요. 노숙자들의 경우, 특정 거주지가 있지 않기 때문에 우편물을 받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이 단체로 정부로부터 오는 중요한 우편물들(예를 들어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을 받도록 하고, 소셜 워커가 노숙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필요한 서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Birth Certificate이 없는 사람도 많아서, 노숙자들을 위해 서류를 작성해 주고, 그들이 정부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이렇게 큰 버스를 타고 의료진, social worker, 자원봉사자, 스태프들과 함께 시카고시내를 다니며 노숙자들을 돕고 있어요.

제 교수님의 경우, Nurse Practitioner로서 의사와 같이 진단, 그리고 약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료진으로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건강 관련 도움을 주고 계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간호대생으로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라고 생각을 했고, 여름방학 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정식으로 봉사자로서 시카고 노숙자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지금껏, 교내 클럽에서 활동을 하면서, 일회성 봉사활동을 많이 해오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시카고 핫초콜릿 마라톤 의료부스 봉사활동, 기부, 헌혈, 기타 등등이요. 하지만 미래의 간호사로서 제가 가진 전공의 특성을 살려서 꾸준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좋은 단체를 알게 됐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나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

 

버스가 도착하면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들이 버스 주변에 하나 둘씩 모여들고, 금세 줄이 생깁니다. 오른쪽 사진은 Tally Counter에요. 몇 명이 샌드위치를 받아갔는지 늘 셉니다.

 

제가 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요. 저는 길거리에 노숙자들을 보면 그들과 저의 차이는 단 종이 한 장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만큼 차이가 없다는 뜻이에요. 제가 맨 처음 미국에 이민을 와서 살기 시작했을때, 직장 때문에 와서 살기 시작했기 때문에, 집을 어떻게 구하는지, 어느 동네가 살기 안전한지, 기타 등등 전혀 모르고 한국에서 이민을 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변에 좋은 직장 동료와 그들의 지인들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아서 잘 정착하게 살아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당시 집 값, 그리고 지금 시카고 집 값을 생각해 보면 현재 제가 쫓겨날 걱정 하나도 없이, 살고 싶은 만큼 살고 나가도 되는 저만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공간에 정착하기 전까지 저는 이사도 많이 다녀야 했고, 늘 계약기간에 대한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았었거든요. 제가 노숙자들을 볼 때면, 저도 이민 처음 왔을 때, 월급도 적고, 미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고,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졌다면 저도 같은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몸이 따뜻하고, 마음까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노숙자 population에 더 마음이 가고,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아직 간호대를 졸업하고 보드 시험을 패스한 상태가 아닌 학생이기 때문에 교수님처럼 제가 진단과 약 처방을 바로 할 수는 없지만,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참 감사하고, 그리고 많은 노숙자들을 만나서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주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씩을 건네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에게 제가 봉사자로서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보통 한 시프트는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보통 시카고 시내 2개 지역을 가게 되며, 매주 Health Outreach Bus가 가는 곳들은 요일마다 정해져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른 직원들(Nurse Practitioner, Social Worker, Vet, etc)과 함께 노숙자들에게 레모네이드, 물, 핫 초콜릿, Hygiene Kit, Narcan, Condom, Needle, Sandwich 등등을 나눠줍니다. 제가 자주 방문했던 곳의 경우, 공원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들에게는 텐트를 지급해주기도 했습니다. 샌드위치의 경우,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이미 만들어놓고, 단체 건물에 보관해 두면, 버스 자원봉사자가 건물에서 샌드위치를 비롯해 다른 음식들을 버스에 옮겨서 이동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의료진이 버스에 타고 있는 날에는 약처방, 진단을 제공하고, 아까 소개해드린대로 Social Worker가 서류작성 등을 도와주기도 해요. 

 

노숙자들은 모두 도움을 받고 싶어할까?

 

버스 안에서 샌드위치 숫자를 세고, 아이폰 기능을 이용해서 숫자를 그려두었어요.

 

제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답은 '아니요'입니다. 이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노숙자들을 처음으로 만나서 도움도 주고, 대화도 하게 됐어요. 대화를 해보면서 가장 많이 놀랐던 것은 그들은 이 생활이 익숙해졌고,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으며, 쉘터에 들어갈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며,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입원할 수 있음에도 거부하는 사람이 있고, 병원-쉘터-공원을 반복하며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간단한 도움은 정부나 비영리단체, 기관 등에서 받지만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을 무척 힘겨워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 그리고 쉘터에 가는 것 모두 거부하는 사람도 정말 많았습니다. 단순한 건강 체크업을 원하지만,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대화를 해보았지만, 자원봉사자로서 그들에게 치료를 꼭 하라고 강권할 수도 없었고, 모든 것은 그들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병원에서 클리니컬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실은, 어떤 사람들은 시카고 내 여러 병원들을 계속 돌면서, 입원-퇴원-응급실-입원을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Psychiatry unit이 그러했어요. 노숙자인 환자들을 볼 때, 그들의 히스토리를 읽어보면 여러 병원을 거쳐 입원을 하고, 퇴원을 하지만, 다시 입원을 하게 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 의료진으로서 꾸준히 도움을 주기



두번째 봉사활동을 하던 날, 16번째 친구들과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5명의 천사들이 노숙자들을 위해 놓고 간 쿠키입니다.

 

몇주 후면 제 간호대 마지막 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저는 5월 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간호대 4년의 여정이 끝이 나고, Ph.D.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미래의 의료진으로서, 앞으로도 저는 시카고 노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건강을 살피고,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다만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비영리단체 자원봉사자로 이들을 만나서 도움을 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꾸준히, 오래 자원봉사를 해서 그들에게 좋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응원해 주는 것, 그리고 작게는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그들에게 따뜻한 안부를 묻고, 도와주고 싶습니다. 다들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바라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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