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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미국 시카고에서 김장 하기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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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겨울 방학을 맞이해서 남자 친구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다녀왔는데요. 늘 제게 잘해주시기도 하고, 못 뵌 지가 삼 개월 정도 되어서 너무 보고 싶어서 만나러 갔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조금 더 일찍 찾아뵙는 것이었는데, 남자 친구 사촌동생이 꼭 이날 오면 좋겠다고 해서 보니 집에서 김치를 만드는 날이었습니다. 아마 혼자 도와드리기가 무척 힘이 들었을 거예요. 가서 일도 도와주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이모와 이모부도 볼 수 있기에 꼭 가겠다고 했습니다 :)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해본 김장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니 이미 배추가 모두 소금에 잘 절여져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무척 많아보이네요.

 

젊은 시절, 할아버지가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셨고, 미국 출장이 무척 많으셨는데, 하와이로 이민을 처음 오셨고 결국 시카고에 정착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모두 한국에서 나고 자라셨답니다. 그래서 매년 김장을 하신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처럼 가족 전체가 모여서 하는 김장이 아닙니다. 원하는 사람만 와서 조금만 하는 형식이었어요. 제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모여서 가족들 전체가 와서 거실에 빨간색 대야를 놓고, 다들 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김장을 했었는데 말이죠. 이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모인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촌동생, 그리고 저와 마이클이 전부였습니다 :) 

저는 한국에서 김장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어릴 때 부모님들이 하는 것을 본 경험은 많고요, 그리고 미국에 와서는 더더욱이 할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김장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 하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이날 설레기도 하고, 힘들까 봐 걱정을 하면서 가보니 이미 배추는 소금에 다 절여져 있었습니다. 보기에는 꽤 많아 보이지요? 몇 포기인지는 세보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무를 닦고, 채에 갈고, 썰은 다음 할머니가 간을 착착하시고-아마 멸치액젓, 클레멘타인을 갈아서 넣으시고(설탕 대신), 고춧가루, 양파 등등을 넣으셨고요, 그러고 잘 버무리자 김치 속이 완성이 됐습니다. 아참, 그리고 쌀로 만든 풀도 넣으셨어요. 그리고 나서는 다들 소금에 절여두었던 김치를 하나씩 잡고, 장갑을 끼고, 김치 속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3 포기 정도 할때부터 왼쪽 팔이 아팠는데요. 마이클은 하면서 생각보다 평온하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김치 속을 잡아서 배추 안에 넣는 과정이 재미가 있었나 봅니다 :) 사촌동생은 하필 이때 중요한 미팅이 잡혀서 방에 올라가서 끝내 내려오질 못했답니다. 그래서 저와 마이클 둘이서 김장을 했다는 슬픈 이야기...ㅋ

 

김치 속을 열심히 머무리는 마이클의 모습입니다. 이날 제일 김장을 재밌어한 진정한 승자에요.

 

사실 김치 속 넣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어제 사촌동생이 배추를 소금에 다 절여놓고, 재료들도 다 준비해놓은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할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답니다. 할아버지가 에어 프라이기에 고구마도 구워주시고, 한국 마트에서 사 오신 다양한 떡도 간식으로 있었어요. 급할 것도 없던 김장이고 소수만 모여서 재미있게 하는 거였기 때문에 쉬엄쉬엄 간식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했답니다 :) 중간중간 배추와 속을 함께 싸서 먹어보기도 하고요. 아직 간이 밴 것도 아닌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놀라웠습니다. 

 

간식으로 먹으라며 할아버지가 에어 프라이기에 구워주신 맛있는 고구마입니다. 오랜만에 먹는 고구마가 참 달고 맛있었어요..

 

이날 김장을 열심히 하고, 마이클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김장이었다며 스스로가 뿌듯했는지 웬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장 찍어주었답니다. 제가 보니 처음 해보는 마이클이 저보다 훨씬 솜씨가 좋은 것 같았어요. 속도 아주 알맞게 넣고, 완성된 김치를 조금 짠 다음 통에 착 넣더라고요! 아참, 그리고 한창 김치 속을 채우고 있는데 밖을 보니 눈이 펑펑 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뻤어요.

 

김치를 통에 잘 담았습니다. 밖을 보니 눈이 아주 예쁘게 내리고 있었어요!

 

이날 김장이 다 끝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이모와 사촌동생 2가 피클 볼(Pickleball)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모는 음식 솜씨가 정말 좋으신데요. 베트남 음식에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저희를 보자마자 신나게 피클볼 이야기를 하시고 나서, 김장하느라 배고프진 않았냐면서 저희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셨어요. 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이 즐거운 이유 중 하나는 이모의 음식 솜씨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희에게 이날 새우 볶음밥과 베트남식 국수 요리를 해주셨어요. 이름은 들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아무튼 계란, 숙주, 부추, 새우 등이 들어가는 아주 맛있는 면 요리였어요. 만드는 방법도 무척 간단해서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 먹고 나서 간식으로 먹고 있던 고구마도 몇 개 더 먹고, 아주 배부르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러고 나서 사촌동생이 시카고에 여자 친구를 보러 가겠다고 하여, 저희 집이 시카고이기도 하고, 사촌동생 여자 친구의 집도 저희 집과 꽤 가까워서 데려다주었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주신 동치미, 그리고 저희가 만든 김치를 마이클 부모님 댁에 가서 전해드렸어요. 저희 집 냉장고에는 다 들어갈 것 같지 않기도 하고, 어차피 김치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에 집에 가기 전에 들렀습니다. 마침 부모님께서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셨는데요. 저희도 끼어서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 

 

이모가 해주신 맛있는 볶음밥과 볶음 국수입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미국에서의 김장은 처음이었는데, 아마 양을 적게 만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힘들지가 않았고, 쉬엄쉬엄 해서 재미까지 있었습니다 :) 매년 사촌동생이 거의 혼자서 김장을 도왔을 것을 생각하니 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저희가 가길 참 잘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운동(?)을 해서 그런지 다음날 오전 11시에 일어났답니다. 정말 피곤했나 봐요. 미국에 가족과 살고 있지 않아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하기가 참 어려운데, 마이클 덕분에 김장도 해보고,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가족모임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합니다. 특히 이번에 사촌동생이 김장하는 날 오면 어떻겠냐고 했을 때, 힘들 것 같다는 생각보다 신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김장을 하고 나니 무척 뿌듯하기도 했고요! 일주일 있다가 김치를 꺼내서 맛을 한번 보라고 하셨는데, 어떨지 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됩니다 :) 후기도 한번 남겨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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