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지난번 제가 Nurse Practitioner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전했었는데요. 며칠 전 이메일로 Family Nurse Practitioner Program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이틀 연속 일하고 있을 때 이메일이 왔는데, 이틀 쉬프트가 끝나고 나서 확인을 해보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앞으로 NP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잘 기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은 미국 간호사로서의 근황과 FNP에 대한 제 생각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미국 간호사, 이렇게 힘든데 대체 한국은 어떻길래
먼저 근황입니다. 작년 5월 미국 간호대를 졸업하고, 뉴그랫 널스로서 열심히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정말 연봉도 좋고, 베네핏도 좋지만 매일매일 쉽지 않은 일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을 해보지 않아서 어떤지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한국 간호사분들이 미국 간호사로 일하러 한국에서 미국으로 많이 이주한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에서 업무 환경이 어떻길래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미국 간호사로서 일하는 것 정말 쉽지 않거든요. 쉬는 날에는 무척 행복하지만, 일하고 나서 짧은 오프가 있을 때마다 저는 outpatient으로 옮겨야 하나, 리서치 널스로 잡을 빨리 구해야 하나, 스쿨널스를 도전해봐야 하나 기타 등등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해본 경험이 있다면, 미국 간호사 현실에 대해서 비교해 가면서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네요.
미국 간호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ICU가 아닌 이상, 케어해야 하는 환자가 4명에서 6명 정도까지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ICU에서 트레이닝받을 때, 저는 두 명 케어하기도 이렇게 바쁘고 힘든데, 대체 다른 병동은 어떻게 4명에서 6명의 환자를 돌본다는 것일까 궁금했어요. 근데 제가 General Medicine으로 옮기고 나서 보니, 신기하게 ICU랑 비슷하게 바쁘더라고요. 환자 수와 크게 관계없이 널싱이라는 잡 자체가 환자를 수시로 체크하고, 어세스하고,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닥터 페이지하고, 기타 등등 해야 할 일이 많아서 12시간이 쏜살같이 가는 것 같아요. 좋은 점은 내 쉬프트가 끝나면, 싹 잊고 편하게 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늘 면허를 잃지 않기 위해 차팅도 꼼꼼히 해야 하고, 닥터와 메시지 나눈 내용 증거도 남겨야 하고,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간호대 다닐 때에도 가끔씩 변호사를 초청해서 간호사 면허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케이스들이 있었는지 등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답니다. 그만큼, 면허 지키는 것에 무척 민감한 것 같아요. 당연히 누구도 면허 잃고 싶지 않겠죠?
Family Nurse Practitioner, 내가 엔피 스쿨에 가게 되다니!
미국 널싱스쿨 다니면서, 졸업할 때쯤 이미 제 cohort 중 적어도 4명은 BSN to DNP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합격한 것 같아요. 저는 당시 Ph.D. 에 지원을 했었고요. 리서치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입학 전, 리서치만 파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안 가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한 생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당시 합격한 친구 중 한 명에게 최근 메시지를 보내서, "나 엔피 스쿨 지원했는데, 어때, 할만해?"라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가 대답하기를 "할만한데 풀타임 널스로 일하면서 하기엔 좀 버거울 수도 있어"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저는 엔피스쿨 시작과 함께 아마 널스잡을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의대에서 Research Coordinator로 일하는 것은 현재처럼 하이브리드 + 파트타임으로 킵할 것 같습니다. 이 잡은 절대 포기 못해!
사실 엔피 스쿨에 대해 좀 걱정이 있긴 합니다. 뉴그랫이라 아직 경력이 많이 없는데, 내가 과연 프로바이더 레벨에서 환자를 파악하고,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FNP 디그리를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NP 스쿨이 3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그동안 RN 경력을 계속 쌓아서 훌륭한 NP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현재 일하는 유닛에 보면, NP 스쿨을 다니고 있는 동료들이 무척 많습니다. 병원에서 학비를 대주기 때문에 같은 병원 대학으로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경력 2년 차에 엔피스쿨 지원해서 다니기 시작한 동료도 있고, 10년 차도 있고요. 정말 다 다양합니다. 보통 제가 다니는 병원의 경우, 일 하기 시작한 후 1년 뒤부터 학비를 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1년 미만인 널스가 제가 다니는 대학 병원 엔피 스쿨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의대 리서치 코디네이터로 일을 하고 있어서, 연구실에서 학비를 내주기 때문에 아무 부담 없이 지원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엔피 스쿨 공부가 무척 힘들다고 들었는데요, 설마 학부 때보다 더 힘들까 하는 생각과 희망을 가지고 해보려고 합니다. 첫 1년은 무척 힘들다고 해요.
지금 합격해서 참 다행이야
요즘 얼른 빨리 결혼식도 하고, 아이도 낳고, 마이클과 복작복작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늘 행복한 아줌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인생 중에서 20대를 너무 치열하게 보낸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점점 일에서도 조금 더 쉬운 것만 찾고 싶은 느낌이 들어요. 물론 NP 스쿨이 쉬울 것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고, 학교 졸업하면 그래도 베드 사이드 널싱 할 때보다는 몸이 좀 덜 힘들 것 같아서 조금만 더 고생하자 이런 생각으로 3년간 더 대학원을 열심히 다닐 예정이랍니다. 행복한 아줌마가 되기 위한 여정이 이렇게나 기네요. 20대에 신문방송학 졸업하고, 기자 인턴을 여러 개 하고, 스펙을 쌓는다고 정말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 신문기자로 일하고(정말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 중 하나입니다. 절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 학교를 다시 들어가서 학사를 한 개 더 하고, 미국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인생에서 일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저는 그것을 20대에 정말 많이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일할 날이 정말 많이 남았지만, 정말 길 가던 시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따내고, 별 말을 다 들어가면서 취재를 하던 그 당시, 제 에너지를 정말 다 쓴 것 같아요. 지금 미국 간호사로 일하는 것도 꽤 힘이 들고요. 정말 행복한 아줌마가 되기 위한 여정이 멀고도 험하네요 :) 곧 8월에 시작 예정인 박사까지 하고 나면, 행복한 아줌마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 같아요.
지금 합격해서 참 다행이라는 뜻은, 조금 더 늦게 시작하게 됐다면 저는 아마도 박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지금 이 상태로도 정말 하루가 꽉 차고, 쉬는 날엔 운동 가고, 마이클과 집에서 맛있는 음식 해 먹고, 가끔 티비도 보고 뭐 이렇게 보내는데도 하루가 꽉 차고, 심지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에요. 제 성격과 인생 계획상 박사를 안 했다면 뭔가를 더 했을 것도 같지만, 박사 합격 이메일 받고 나서는 정말 올해 8월에 바로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더 지나면, 계속 베드사이드를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벌써 슬슬 적응해가고 있어서요.
아무튼, Nurse Practitioner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다시 한번 더 열심히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8월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될 텐데, 부디 BSN 학사 딸 때보다는 좀 수월했으면 좋겠고, 대학원 다니면서 어떤 분야에 이바지하고 싶은지 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멋진 경험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해피 슈퍼볼 데이! (오늘 슈퍼볼 하는 날이랍니다 :))
'간호대 박사 함께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호대 박사 함께하기] 미국 간호대 박사 시작 전, 이런저런 생각들 (0) | 2025.01.17 |
---|---|
[간호대 박사 함께하기] 미국 전문 간호사 (FNP) 인터뷰 준비 (2) | 2025.01.10 |
[간호대 박사 함께하기] 돌고 돌아 DNP-FNP (미국 전문 간호사) (3) | 2025.01.08 |
[간호대 박사 함께하기] Nurse Practitioner 지원할까 (8) | 2024.11.25 |
[간호대 박사] 간호대 박사 입학 철회하기 (14) | 2024.07.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