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민 이야기 카테고리에 글을 쓰게 됐네요. 미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민을 가는 것은 아니고,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영주권자로 살아오면서 투표권 이외에 전혀 다른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 살 생각이 없는 데다가,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그래도 삶의 터전을 잘 꾸려온 미국에서 사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꼭 신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번 주말 결심을 하고 서류를 이민국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접수하고, 비용까지 지불했습니다.
영주권 받을 때와 차원이 다른 간편한 프로세스
미국에서 제가 영주권을 받았을때에는 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기간도 오래 걸렸고, 저뿐만 아니라 회사, 그리고 회사 변호사와도 긴밀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늘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많았습니다. 감사하게도 회사 변호사가 무척 일을 잘해주기도 했고, 제가 전화나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친절히 바로 답을 해주어서 늘 고마웠답니다. 그리고 당시 재직하던 회사가 제 영주권 스폰서가 되어주어서 감사하게도 저는 신문기자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주권 수속을 시작했었습니다. 아마 다닌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회사가 제게 먼저 영주권 얘기를 꺼냈던 것 같아요. 함께 회사에 다니던 선배 기자들이나 직원들 중에 영주권이 필요한 사람들을 봤을 때, 빨리 나온 사람도 있었고, 정말 오래 걸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아무튼, 당시 변호사 사무실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나요. 여권 사본, 가족증명서, 미국에서 학교 다녔던 기록들, 텍스 보고 내역 등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민권을 신청할때에는 이민국 웹사이트 (www.uscis.gov/N-600)에 가서 시민권 신청서 (N-400)를 오픈하고 질문에 대답을 해나가면 됐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어서 무척 편했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난주에 이미 서류를 다 작성 완료했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어서 결정을 미루다가 결국 신청을 했어요. 시민권 신청서에 답해야 할 내용들은 이름, 생년월일, 직장 / 학교 기록, 미국에서 지난 5년간 거주한 주소지 등등이었습니다. 저는 직장을 여러 번 옮기기도 했고, 학교를 최근에 졸업하기도 했고, 또 이사도 많이 다녔기 때문에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다행히 구글 지메일에 기록들이 다 남아있어서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시카고에서 살았던 곳들만 해도 아마 세 군데가 넘을 텐데요, 달뿐만 아니라 날짜까지 알아내기 위해서 지메일을 열심히 체크했답니다.
Application for Certificate of Citizenship
Use this form to apply for a Certificate of Citizenship.
www.uscis.gov
미국 시민권, 이름을 바꾸다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때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이름 바꿀래"입니다. 저는 미국 이민 와서부터 영어 이름을 썼기 때문에 제 주변 지인부터 가족들까지도 제 한국이름을 부르지 않아요. 처음에는 그래도 한국 이름을 first name에 킵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 이름 발음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제 한국이름을 다들 알고는 있지만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서 영어 이름을 first name에 넣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제 한국 이름은 미들네임으로 쓰기로 했고요.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제 약혼자의 아버지는 first name이 아닌 middle name을 first name처럼 쓰시는데, 가장 많이 불리고 제가 실제로 사용할 이름을 first name에 넣는 게 편할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본인은 미들네임을 first name처럼 쓰고 있어서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제 영어 이름을 first name에 넣기로 했답니다. 영어 이름으로 불릴 때면, 가끔 직장에서는 다른 자아를 가지고 일하는 것 같아서 이상한 재미가 느껴지기도 해요. 한국 이름을 버린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제 미들네임으로 킵함으로서 제 정체성과 뿌리를 유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국적도, 이름도 바뀐다니 정말 큰 결정이기도 했고, 아직까지도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해요. 큰 결정임에도 절차가 너무 간소해서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 같습니다.
내 일상, 어떤 것이 달라질까
내게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라고 생각해 봤을 때, 저는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시민권을 받고 나서는 투표권이 생기기 때문에 뉴스를 좀 더 관심 있게 볼 것 같아요. 지금은 직장 동료들하고 얘기할 정도로만 관심 있게 보는 느낌이거든요. 그것 외에 제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 같고, 시민권 받고 나서 이제 이름에 대해 어려운 점이 없어질 거라는 게 너무 기뻐요. 미국 병원에서 일하면서, 학교 다니면서, 기타 등등 상황에서 늘 제 한국이름이 법적이름이기 때문에 표시가 되는데 직장 동료들도, 학교 친구들도 제 한국이름을 잘 모르니 늘 제 영어이름으로 다시 알려주곤 했었습니다. 발음하기가 쉬운 한국이름이었다면 바꾸지 않았을 것 같은데, 미국 이민 와서 살면서 저를 알려고 노력해 준 친구들, 몇몇 직장 동료, 제 피앙세와 가족들 외에는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저를 불편하게 만든 경우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이름을 first name으로 바꾼 것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게도, 저는 아예 다른 이름으로 바꿔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렇지만, 제가 계속 써오던 영어 이름을 넣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시민권 신청 이후에, 핑거 프린트나 인터뷰가 언제로 잡힐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지만, 천천히 기다리면서 시민권 인터뷰 때 나올 수 있는 문제를 다 맞히기 위해 시간 날때마다 공부를 해야겠어요 :) 100개의 예시 문제들이 있다고 하는데, 오늘 신청을 마무리한 김에 한 질문씩 살펴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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