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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학사 함께하기

[두번째 학사] 널싱 본과 첫 학기 중반을 지나며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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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미국 널싱 본과를 들어와서 첫 학기 시작 후에 글이 참 뜸했습니다. 매일 적을 때는 6시간 많을 때는 정말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강아지 산책하기 위해 걷는 시간을 제외하고 전부 활용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근황과 함께 첫 학기 살아남는 팁을 전해보고자 해요. 이 글을 보시는 미국 널싱 예과, 본과 학생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중간고사"가 의미 없는 본과 첫 학기

 

랩에서 IV에 대한 기본을 배운 날입니다.

 

중간고사가 의미가 없다니? 무슨 말인가 싶으시지요? 저는 지금 중간고사(Mid Term Exam) 중 세 가지 과목을 마쳤는데요. 이번에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든 생각이 바로 중간고사라고 왜?! 해놨는지였습니다. 왜냐하면 널싱 스쿨은 매주 또는 2주에 한 번씩은 각 과목마다 큰 시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중간고사가 끝나고, 그 다음주 또는 2주 후에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큰 시험들이 거의 매주 있다 보니, 매번 수업 시간에 필기를 게을리할 수도 없고, 집에 가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지 않으면 뒤쳐지기 쉽습니다. 그다음 날 클리니컬이 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일찍 잠에 들어야겠지만, 그래도 수업을 들은 이후 최대 3일 안에는 꼭 복습을 하고 그 부분의 스터디 가이드(Study Guide)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널싱 본과 첫 학기에 제가 듣고 있는 수업은 "Professional Nursing 1", "Health Assessment/Communication", "Foundations-Nursing Practice", "Patho/Pharm 1" 이렇게 네 개입니다. 시간표만 봤을 때는 꽤 나쁘지 않게 생겼지요? 하하. 하지만 격주로 병원에서 12시간 클리니컬이 있다는 점. 그리고 각 과목마다 렉쳐가 있고, 랩 수업이 따로 있다는 점이 무척 버겁답니다. 버겁다고 표현하기는 싫지만 예과 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수업량과 공부량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랩 수업 중에 널싱 스킬을 테스트하는 수업의 경우, 스킬을 익혀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전부 외워서 시험을 따로 보기 때문입니다. 저희 널싱 스쿨 지하에는 시뮬레이션 랩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요. 마네킹/로봇 환자들이 있고,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업 또는 랩 수업에서 배운 스킬을 테스트합니다. 교수님들이 방에 함께 들어와 계시고요, 때로는 안에서는 안 보이는 유리 너머 마이크를 잡고 저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지요! 

 

제 첫학기 시간표입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 널스가 되긴 되겠는데?



처음에 뭣도 모르고 시작한 널싱 공부인데요.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면 정말 널스가 되긴 되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입학했을 때, "널싱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과연 내가 제대로 된 널스가 되어 있을까? 지금 이렇게 어리바리한데?"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멋진 널스들처럼 내 환자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다른 의료진들과 대화도 척척 해내고, 환자 또는 가족이 치료, 약, 상태 기타 등등에 대해서 물었을 때 전문가로서 대답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해부생리학, 약학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과목들을 통해 기초를 단단히 다져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답니다. 

 

공부가 어려운 만큼 매일 긴장을 하며 살고 있는데요. 예과 때에도 그렇게 큰 긴장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해부학/생리학의 경우 실험실 수업이 있었지만, 환자를 앞에 두고 정확한 스킬을 구사하거나, 그 과정을 외워서 테스트하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스킬 테스트에 대한 압박, 그리고 무척 자주 있는 큰 시험, 그리고 모든 과목에서 전체 75%를 넘지 않으면 그 과목을 다음 연도! (학기 아니고, 다음 해!)에 다시 들을 수도 있다는 무서움 덕분에 매번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험이 있을 때마다 끝나고 우는 친구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오늘 저는 첫 학기에서 가장 어렵다고 소문난 Patho/Pharm(해부생리학 + 약학)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시험이 끝난 후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화장실로 들어가서 펑펑 우는 것을 토닥여주었답니다. 제가 아주 높은 점수를 받고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친구를 위로해줄 수 있음에 참 감사했습니다. 제가 통과를 못했다면 저도 같이 울고 있었을 겁니다. 

 

첫 학기 간신히 살아남는 중



온갖 포트를 몸에 달고 있는 마네킨 환자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얼마나 잘하고 있길래 친구를 위로해줬을까요. 사실 저도 늘 공부한 것에 비해 점수가 잘 안나오는 것이 고민인 상태입니다. 점수가 덜 나온 것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공부 방법이 잘못되었나?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입니다. 특히 널싱 스쿨 시험은 특이하다고들 말하는데요. 예전에 이런 밈이 있었어요. 오렌지를 한 바구니 담아놓고, 어떤 오렌지가 가장 오렌지인가요?라고 하는 질문이 쓰여있었습니다. 널싱 스쿨 시험 문제들이 이와 같다고들 많이 말하지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질문 형식이 대부분 "환자의 vital signs이 이러이러하고, 환자는 이전에 어떤 병력이 있으며, 현재는 어떤 병을 가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케어는 어떤 것인가?"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알맞은 약을 찾아야 한다고 하면요. 답이 적혀있는 보기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 환자의 병을 치료해줄 만한 약들이에요. 하지만 가장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약은 이 환자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과 compatible 하지 않아서 줄 수가 없고, 어떤 약은 potassium level을 너무 낮춰서 안되고(환자의 potassium level이 이미 낮은 경우), 등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요?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았는데, 참 다양합니다. 

 

아무튼 저는 어려운 과목의 경우 턱걸이로 패스를 하고, 상대적으로 제가 이해가 잘 되어서 환자에게 이론을 잘 적용할 수 있는 과목의 경우는 점수가 잘 나오는 편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늘 깨닫게 되는 것은 좋은 친구들 덕분에 살아남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저는 동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편이라서 그것에 대해 걱정을 했었는데, 실제로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 아무튼 우연히 강의실 맨 앞자리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도 그곳에 계속 앉게 되면서 매번 같이 앉는 친구들과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공부를 잘하고 모든 과목에서 계속 상위권 점수를 맞는 친구도 있어서 친구들로부터 공부 방법도 배우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엇을 좀 더 알아야 하는지 등 큰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친구들로부터 코칭을 받아도 아직도 스스로 공부할 때 부족한 점들이 많아서 앞으로 그것을 약점을 파악해서 극복해 나가고,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과제인 것 같습니다. 널스가 되어서도요 :) 

 

첫 학기 살아남는 방법은 '모다'?

 

저희집 진돗개 보미(좌)와 가을이 온 동네 풍경(우)입니다.

 

요새 식사를 할때마다 가수 성시경의 먹을 텐데 유튜브를 즐겨보고 있는데요. 성시경 님 하면 '모다' 댄스 아니겠습니까? 하하 소제목을 그렇게 한번 적어보았어요. 아무튼 첫 학기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제가 이것을 가장 첫 번째로 쓴 것에는 이유가 있어요. 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실제로 제 시간을 하루에 30분씩이라도 가지면 확실히 더 집중이 잘되기도 하고, 공부만 존재하는 이 시점 제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것은 주로 강아지와 산책 하기인 데요. 제주도에서 시카고로 건너온 저희 집 강아지 보미와 함께 동네를 탐방하는 것이 제 소소한 일과이자 일탈입니다. 코스는 매일 달라요. 보미에겐 미안하지만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이지요 :) 카페인을 섭취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는 저이지만,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마시러 카페에 잠깐 들르는 것도 일탈 중 하나이지요. 

 

두 번째로,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좋은 친구들을 통해서 공부 방법을 비교해보고, 서로에게 배우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음, 둘 다 중요합니다. 맨 처음 널싱 스쿨 시작할 때는 스터디 그룹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했어요. 그래서 첫 수업 때부터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야지"라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스터디 그룹이 꼭 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부분 과목을 공부할 때 강의를 듣고, 필기를 하고, 혼자 복습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서 그들의 강의를 듣는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서요. 그러고 나서 질문이 생기고 시험 전에 시간이 남는다고 하면 그때 친구들과 zoom을 통해서 어떤 것이 시험에 나올 것 같은지, 어떤 부분을 더 깊게 공부해야 하는지 등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A부터 Z까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것은 조금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자 공부하는 스타일이 전부 다 다르고, 특히 본과 첫 학기 때에는 본인의 공부 스타일을 찾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본인의 스타일을 알게 된다면 그 이후에 스타일이 맞던지,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 널싱 스쿨 베스트 프렌드를 보면, 이 다섯 명 모두 공부하는 스타일이 무척 다릅니다. 단 한 명도 벼락치기하는 사람은 없어요. 널싱 스쿨에서 벼락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사진 찍듯이 모든 것을 한 번만 보고도 기억하는 학생이 아니라면요!). 모두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시험 전부터 같이 모여서 공부하진 않고 시험 전에 시간이 남으면 온/오프라인 미팅을 통해서 서로 시험 정보에 대해 공유하는 정도로 하고 있어요. 1-2시간 남짓이요. 

 

오늘은 아주 간략하게 제 널싱 스쿨 첫 학기 중반을 달려가는 시점, 제 근황을 전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첫 학기 잘 살아남는 방법도 조금 적어보았어요. 이 포스팅 이후에도 계속 시험 준비가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면 금방 겨울 방학이 올 것 같은데요. 틈틈이 메모를 해두었다가 미국에서 널싱 예과, 본과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요새는 시카고 레스토랑 소개하는 포스팅을 전혀 못했네요. 그래도 틈틈이 여기저기 가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그것들도 천천히 올려보겠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많이 추워지는데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예방접종 꼭 하시길 바라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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