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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일상

[시카고 일상] 퀴어 영화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

by 이방인 J 시카고 2022.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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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를 하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입니다. 퀴어(Queer)/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화감독이자 입양아 출신 한국계 미국인 감독, 배우, 작가, 코미디언인 조엘 김 부스터(Joel Kim Booster)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참신한 시각과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반해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아참, 저희 집은 훌루(Hulu)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플롯을 설명해드릴게요. 영화를 보실 분들이라면 살짝 넘겨주시고, 영화를 본 다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게이 빌리지,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보내는 일주일간의 휴가

 

영화 파이어 아일랜드 훌루 화면 모습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중 한 명인 노아가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라고 불리는 게이 빌리지로 가는 페리를 거~의 놓칠 뻔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페리를 놓칠 뻔하죠. 매년 그의 가장 친한 친구들과 가는 휴가 장소인데도 말이죠. 친구들은 어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서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무척 들떠있지요. 노아의 절친 하우위만 빼고요. 하우위는 노아에 비해 어딘가 자신이 없어 보입니다. 이윽고 그들은 그들을 자식처럼, 친구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는 에린의 집으로 향합니다. 이들은 에린을 엄마라고 불러요. 도착한 첫날밤, 그들은 블루 웨일이라고 불리는 섬에서 가장 큰 바를 찾습니다. 가서 신나게 춤추고, 마시고, 즐기면서 파트너를 찾는 가운데 이들은 찰리, 윌을 포함해 부자로 보이는 새 친구들을 사귀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네요. 

 

찰리는 노아와 친구들을 자신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하고, 노아와 친구들은 입이 떠억 벌어지는 파티 규모와 멋진 집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어마어마한 부자 친구들이었던 것이죠. 하우위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찰리는 서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우위도 찰리를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노아가 화장실에 간 사이, 어쩌다가 찰리와 윌의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은 조금 시니컬하고,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그는 찰리가 초대한 새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들을 쉽게 믿어서는 안 되며, 그들이 우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내뱉습니다. 이 말을 듣고 노아는 분노합니다. 

 

하지만 파이어 아일랜드에서 찰리와 하우위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윌과 노아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일이 생겨나고, 점점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아갑니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노아는 윌보다 조금 감성적인 면이 있고, 윌은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은 서로를 싫어하고, 급기야 싸우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 두 사람이 얼마나 잘 맞는 하나의 커플인지를 그 과정 속에서 점점 알아가게 됩니다. 소아과 의사인 찰리는 하우위를 좋아하지만 찰리에게 관심이 있는 다른 사람 때문에 둘 사이는 애매해지고, 멀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끝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생깁니다. 

 

모든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 각각 다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 각각 다르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노아는 절친 하우위에게 말합니다. "이 섬에서 지내는 동안 넌 반드시 좋은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네가 파트너를 찾을 때까지 나는 내 파트너를 찾는데 시간을 쓰지 않겠어"라고요. 하지만 하우위는 반박합니다. 자신은 이 섬에서 파트너를 찾고 싶지 않다고요. 사실 찾고 싶어도 자신이 별로 없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더 중요하게는 파트너를 찾는 것보다 그저 자신의 시간을 잘 보내고 쉬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도 말합니다. 서로 언쟁을 주고받는 대목에서 저는 절친 하우위를 챙기는 노아의 따뜻한 마음과 그들의 우정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우위의 대답에서 배려, 관심, 걱정은 상대방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상대방은 원치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노아와 시니컬한 변호사 윌의 관계 속에서도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그리고 관계 안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둘은 처음에 서로 싫어서 크게 다투기까지 하거든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성격과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고 상대가 옳음을 인정하기도 한답니다. 모두가 같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한 사람의 생각을 강요해서도 안되고요. 

 

조엘 김 부스터, 재능 넘치는 예술인

 

이 영화를 맡은 조엘 김 부스터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참 많습니다. 배우, 작가, 감독, 코미디언이요. 저는 이 모든 것을 통틀어서 그를 예술인이라고 부를게요. 조엘 김 부스터의 한국 이름은 김준민입니다. 그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나 아주 갓난아기일 때 미국으로 입양이 됐습니다. 그는 일리노이주 플레인필드 타운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게 됩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시안계라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알게 되기도 전에 자신이 성 소수자인 것을 알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말하기를,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 성소수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이후 그는 시카고에서 생활하면서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스탠드업 코미디도 시작했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코미디계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특히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얘기하고, 백인 커뮤니티에서 자란 아시안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그중에서 넷플릭스에 있는 Psychosexual)를 시청한 적이 있는데 재미도 재미이지만 그가 성소수자 한국계 미국인 예술인으로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을 이용해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편견을 깨는 모습도 보였거든요. 그리고 그가 어떤 부담감을 느끼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멋지게 풀어나가는 모습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것 같아요. 

 

이번 영화 '파이어 아일랜드'는 각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조엘 김 부스터가 만드는 영화나 TV 시리즈가 있다면 꼭 보고 싶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는데, 눈물 나도록 재미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가 입양인, 성소수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예술계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성장하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어서 멋지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시고, 재미있게 보신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저는 현재 2주 반이 넘는 꿀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어서 많이 쉬고, 책을 읽고, TV 시리즈나 영화를 시청할 계획이랍니다. 물론, 널싱 스쿨 입학 전 공부도 조금씩 하면서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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