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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 이민 이야기

[미국 이민 이야기] 버팀목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by 이방인 J 시카고 2021.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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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미국 이민 이야기를 오랜만에 한번 써볼까 합니다.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매번 일기에 적어두지만 감사한 일들은 나누면 더 큰 행복이 될 것 같아서요. 미국 이민 생활 1세대로 시작을 하면 참 매일이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그런데 주변에 나무 같이 든든한 사람들이 있다면 어려워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게 이민 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은 제가 참 고맙게 생각하고, 의지하는 지인과의 일화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인에게 받은 편지. 다시 읽어도 감동이고 힘이 됩니다.

 

제 예전 직장에서 입사동기를 한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인생 선배가 있었습니다. 미국에 아주 어릴 때 오셔서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하시지만 완벽하게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입니다. 서로 회사 생활이나 삶이 힘들 때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동료이자 인생 선배입니다. 올해 초, 저는 의료진으로 제 소명을 다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지인께서는 자주 연락을 주시고 응원해주시곤 했습니다. 

 

최근에 제가 널싱 예과를 다 마쳐가는 가운데, 마음이 어찌나 힘들던지요. 학교 교수님들도 꼼꼼히 설명해주시고 강의도 좋고, 병원 업무도 파트타임으로 줄여서 공부할 시간도 넉넉하고, 운동하고 쉴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한데 말이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잠을 많이 자도, 재미있는 영화를 보아도 이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제가 근처 교회에 새벽 기도를 나갔지요. 그래도 그날만 펑펑 울고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따뜻한 밥 한 끼 사주며, 묵묵히 얘기를 들어주시다

 

하루는 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너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은 상황인데 마음이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요. 제 지인은 연말에 가족들을 보러 타주에 여행을 갈 것인데 본인이 다 부담하겠으니 같이 가는 것 어떻겠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연휴 모두를 병원에서 환자들과 보내기로 업무가 배정이 되어있어서 지인과 함께 여행길에 오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아쉽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다음날 어떤 교회 가서 금요예배에 처음으로 한번 가보겠다고 하니까 맛있는 저녁을 한 끼 사주고, 그 교회에 같이 가주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곳에 다니시지도 않는데 말이죠.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족도 아닌데, 동갑내기 친구도 아닌데, 제가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누가 자신의 시간을 내주면서 힘든 이야기도 들어주고, 밥도 사주고, 같이 교회도 가주나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따뜻한 밥 한 끼 사주시면서 묵묵히 들어주시고, 제가 원래 이날 계획한 일도 묵묵히 함께 해주시겠다는 거였습니다. 참.. 미국 이민 생활하면서 이런 좋은 친구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지인에게 받은 편지지. 너무 귀엽지요?

 

마음에 위로를 주는 지인의 편지에 큰 감동을 받다

 

이날 시카고 서버브에 있는 맛있는 삼겹살 레스토랑에서 다 같이 만나서 밥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편지를 한 장 주시더라고요. 밥도 먹고, 근처 교회에 가서 금요 예배도 들렀다가, 집에 가서 그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편지에는 자신도 예전에 미국에서 모든 가족들이 오손도손 행복한 연휴를 보내는 홀리데이에 업무를 했었다며 그때 참 마음이 힘들었다고 쓰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게 연휴에도 누군가는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려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 속상해하지 말라고 하며, 곧 기쁜 날이 올 거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언제든지 힘들면 연락하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읽는데 눈물도 나고, 마음의 위로가 크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고맙고 감동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매일 이 마음 그대로 간직하며 힘든 일들을 척척 막아내고 다 튕겨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답니다 :) 

 

이민 생활이 참 쉽지 않습니다. 주변에 아무리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인생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서로가 겪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로를 주기도, 받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늘 내 주변에는 나를 생각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이 많으며, 언제든 손을 뻗으면 그들과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용기 있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고 주변에 잘 말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알고, 해결책도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 이민생활을 하면서 스스로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끙끙 앓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힘든 일이 생기면 지인들에게, 친구들에게 속 터놓고 잘 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고 즐기면서 힘든 일들을 털어내기도 합니다. 삶을 좀 더 유연하고 재미있게 살기 위해 제가 스스로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도, 미국에 이민을 와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시느라 힘든 분들이 분명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는 서로 얘기하고, 나누고, 위로해주어야지 해소가 된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도 힘이 될 수 있고, 내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상황이 정리가 될 때도 있고요. 서로 얘기하다가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묵묵히 삶을 살아내는 지인들로부터 배우는 시간을 마련하세요. 많이 경청하고 그 용기를 삶에 적용시켜보세요. 이민 이야기는 사람마다 매우 드라마틱하게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기는 어렵지만 용기와 지혜는 적용시킬 수 있답니다. 

 

이민 생활이 매년 제로 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만 같아도 뒤돌아보면 자랑스럽게도 많이씩 꾸준히 열심히 걸어왔더군요. 다들 올 연말에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기쁨도 슬픔도 마음껏 나누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힘내세요.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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