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이야기] 미국 시민권 인터뷰를 마치다
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미국 시민권 인터뷰를 본 후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는 시카고에 살고 있어서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USCIS 건물에 가서 인터뷰를 보았는데요. 5년 전, 영주권 인터뷰를 보았던 같은 건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인터뷰가 길었고, 어린 나이에 혼자 영주권 인터뷰를 봐야 했기에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요. 시민권 인터뷰를 위해 같은 건물에 도착해 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오늘 글에서는 제가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그리고 타임라인을 나눠보도록 할게요. 제 포스팅이 미국 시민권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긴장감을 덜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미국 시민권 준비 과정
저는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최근에 뉴스를 볼 때 마다 영주권자들이 마음 편하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해서, 시민권자인 약혼자나 앞으로 생기게 될 자녀들과 떨어지는 일이 생겨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민권 신청을 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VA 병원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신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신청 자격이 되는지 확인을 해보니, 그날이 바로 영주권 받은 지 5년 하고도 1개월 딱 지난 시점이었답니다. 그래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을 하고 바로 USCIS 웹사이트에서 신청서 (N-400)를 적어 내려 갔습니다. 신청서 작성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자격도 되었고, 시민권 신청서도 제출하고, 그때부터는 시민권 인터뷰 준비하는 일만 남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널싱스쿨 다닐때 암기할 때 쓰던 Anki에다가 시민권 질문 100개를 전부 다 넣고, 시간 날 때마다 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시민권 시험 1주일 전까지도 저는 Anki 카드를 많이 돌려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다른 잡 인터뷰들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정말 시민권 시험 준비를 하나도 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결국 시민권 인터뷰 이틀 전날이 다가왔고, 저는 Anki 카드를 누르며 외워보다가 유튜브에 문제도 읽어주고, 답도 읽어주는 채널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그 유튜브 링크를 인터뷰 전날, 자기 전에 3번 정도 반복했고, 두 배속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3번 정도 반복하고 인터뷰를 하러 갔어요. 생각보다 문제와 답을 귀로 듣는 것이 암기에 효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Anki 카드를 괜히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15-20분 정도 걸린 시민권 인터뷰
영주권 받을때 인터뷰와는 달리, 시민권 인터뷰는 훨씬 쉽고,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저는 오전에 인터뷰가 예약돼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시카고 다운타운에 도착했어요. 역에서 내리자마자 USCIS 건물이 보였어요. 영주권 인터뷰를 진행했던 2층을 지나, 시민권 인터뷰를 보는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도착해서 시민권 인터뷰 문제와 답을 읽어주는 동영상을 3번 정도 두 배속으로 시청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이름이 불려졌고, 오피서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무척 인상도 좋으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마음속으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먼저,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양손 손가락 지문을 찍었고, 바로 문제 6개를 받았습니다. 사실 많이 긴장을 했었어요. 영주권 때와 달리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민으로 살기 위한 인터뷰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리고 혹시라도 시민권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을 틀려서 문제 6개를 못맞출까봐 걱정도 됐답니다. 다행히도 제가 받은 문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영토 중 한 개를 말해보세요', '주지사가 누구인가요', '대통령 이름은 무엇인가요' 등 쉬운 문제가 나왔습니다. 6개를 다 맞히고 나서, 바로 읽기 시험과 쓰기 시험을 했어요. 쓰기 시험에는 'We pay taxes'라는 아주 간단한 문장을 썼습니다. 오피서도 제게 아주 쉬운 문제가 나왔다며 웃어주었어요.
그러고 나서, 생년월일, 현재 직업, 어디 사는지, 누구와 사는지 등을 물어보아서 대답을 했습니다. 특히 제가 널스로 일하고, 또 의대에서 리서치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것에 대해 물어봤었어요.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어떤지, 쉬프트 형식이 어떻게 되는지 기타 등등 얘기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분위기에서 빠르게 인터뷰를 마쳤어요.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축하한다고 얘기를 듣는데, 기분이 홀가분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민권 선서식은 한 달 이내로 우편으로 날짜와 장소를 알려줄 것이라고 했어요.
제 타임라인을 말씀드리면, 1) 2월초 접수. 2) Biometrics 재사용 노티스 (영주권때 했기 때문에) 3) 4월 말 인터뷰 4) 시민권 선서식 기다리는 중입니다.
두꺼운 초록색 바인더, 이제 안녕
저는 미국에 처음 영어를 배우러 왔을 때부터 인턴, 교환학생, 대학생, H1b, 영주권 등 비자를 받고, 유지하고, 다른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냈던 서류들, 직장 페이스텁 등까지 모조리 가지고 있습니다. 영주권 신청할 때 한번 싹 정리를 해서 초록색 바인더에 다 넣어두었었어요. 인터뷰 때 가져갔었거든요. 영주권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기자로 일하던 시절 썼던 기사들 (전부는 아니지만)도 몇 개 넣어두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시민권 인터뷰 때 혹시 몰라서 영주권 때 가져갔던 두꺼운 초록색 바인더도 함께 가져갔어요. 시민권 인터뷰는 준비물이 그린카드, 여권, 인터뷰 통지서 정도였는데요. 저는 여기서 초록색 바인더, 그리고 3년 치 텍스보고, 소셜 시큐리티 카드도 함께 가져갔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오피서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 무거운 초록색 바인더를 가지고 오피스를 나서는데 이 초록색 바인더가 왜이렇게 가볍게 느껴지던지요. 아마도 그동안 미국에서 제 모든 발자국을 담은 이 무거운 초록색 바인더를 더 이상 애지중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미국 안에서 이사를 다닐 때, 이 바인더가 1순위였습니다. 이걸 잃어버리면 원본들을 다 읽어버리게 되는 것이라서 큰일 난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이제 이번 달 안에 있을 시민권 선서식을 마치게 되면, 더 이상 초록색 바인더를 애지중지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또한, 제 자신에게 참 수고했다고 셀프로 허그도 해주었습니다.
정말 정말 긴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미국에 온지 이제 8년이 됐습니다. 8년밖에 안 됐는데요. 그동안 하와이, 시애틀, 시카고 이렇게 세 군데서 지내보면서 참 다양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직장도 여러 번 옮겨보고, 한국에서 학사를 했지만 미국에서 학사는 없다며 다시 대학교에 입학해 졸업도 했고요, 박사 생활을 또 앞두고 있고, 제 영혼의 반쪽을 만나서 약혼을 했고, 결혼을 앞두고 있고요. 좋은 사람들, 친구들, 가족들, 이상한 사람들,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주변에 생겼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 사는 것은 어디든 다 똑같다고 하지만, 저는 현재 미국에서의 제 삶이 참 마음에 들고, 또 행복하다고 자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이번주는 시민권 인터뷰도 마쳤고, 또 다른 리서치 널스 잡 인터뷰들도 마쳤기 때문에 오프 내내 푹 쉬고 (다행히 5일간 오프입니다),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맛있는 음식들도 만들어서 집에서 약혼자랑 즐기고, 강아지와 긴 산책도 여유롭게 즐길 예정입니다. 다행히 시카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동네에 꽃도 피고, 나무들도 초록빛입니다. 이렇게 좋을 때에 인터뷰도 다 마치고, 5일간 오프인 것이 참 감사해요. 시민권 선서식 이야기도 조만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