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방인 J입니다.
오늘은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을 맞이해서 칠면조를 미리 구웠답니다. 오늘은 우당탕탕 칠면조 굽는 방법, 과정, 결과를 보여드릴게요. 미국에 이민을 온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구운 칠면조인데요, 과연 맛은 어땠을까요? 개봉박두 :)
칠면조 굽게 된 특별한 계기!
칠면조를 굽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제 룸메이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 룸메이트는 최근 시카고가 아닌 타주에 교수로 가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가끔씩 제가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축하도 전하고, 고마움도 전할 겸 추수감사절 전에 미리 칠면조를 굽고, 치즈 케이크도 사두었답니다. 배불러서 케이크는 먹지도 못했지만요. 미국에 살면서 마음이 맞고, 서로에게 잘하려고 노력하는 룸메이트를 만나가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주로 이사를 간다면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것이잖아요. 한국에 가끔 방문하는 것만큼이나 타주에 놀러 가는 일이 저에겐 꽤 드물어서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요 알 못입니다.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하지도 않으며, 주로 조리된 음식을 사 먹거나 간단하게 해 먹는 편입니다. 저 사진들처럼요. 창피하지만 요리를 잘 못하시거나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시간만 들이면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올려봅니다.
레시피, 친구야 도와줘!
몇해 전, 추수감사절을 맞아 친구가 저를 집에 초대했습니다. 제 친구는 요리를 무척 잘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잔뜩 하고 갔죠. 갔더니 역시나, 제 생애 최고의 칠면조 요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칠면조 요리는 좀 더 뻑뻑하고, 특유의 향이 있어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식을 덜을 때 칠면조 요리를 아주 조금만 덜었어요. 그런데, 먹어보니 한국 삼계탕 맛이 날 정도로 간도 잘되어있고, 너무너무 부드럽게 잘 요리된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여러 번 덜어서 더 먹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연락해 레시피를 받아왔어요. 재료는 오렌지 1개, 레몬 1개, 양파 큰 것 2개(저는 더 많이 넣었는데 남았었습니다), 후추, 굵은 소금, 버터, 로즈마리, 샴페인, 칠면조가 있으면 됩니다.
5시간 걸려서 완성하다
1. 손질된 칠면조를 산다. 그러면 안에 내장을 다 없애서 주기 때문에 안에가 터-엉 비어있습니다.
2. 굵은 소금으로 칠면조 바깥을 벅벅 닦아준다. 소금이 너무 많이 묻었다면 털어낸다(짠 것을 먹으면 몸에 안 좋아요).
3. 텅 빈 부분에 후추와 로즈마리를 이용해 문질러 준다.
4. 빈 부분에 오렌지, 레몬, 양파를 채워 넣는다. 8등분을 해서 넣으면 됩니다.
5. 버터(unsalted)와 로즈마리 가루를 섞고 칠면조 바깥 부분에 덕지덕지 칠한다.
6. 오븐용 판에 칠면조를 옮기고, 심부 온도가 올라갈 수 있도록 높은 온도에서 구운 후, 400도에서 20분, 380도에서 4시간 굽는다.
(저는 심부 온도가 올랐는지 안 올랐는지 알 수 있는 온도계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400도에서 20분 굽기 시작했습니다)
7. 구울 때 판에 샴페인을 뿌려주고, 30분마다 오븐을 열고 샴페인을 끼얹어준다(저는 샴페인 없어서 안 했습니다. 소주랑 물이랑 섞어서 판에 뿌려봤어요).
8. 꺼내서 맛있게 먹는다.
정말 간단하지 않나요? 이렇게 큰 스케일의 요리는 처음 해보기 때문에 무척 긴장했었는데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물은 말해 뭐해요. 겉 바 속 촉 칠면조 구이가 완성됐답니다. 밖에 껍질은 바삭했고, 안에 속살은 부드러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던 삼계탕 맛도 조금 났습니다. 친구가 만든 것만큼 맛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첫 시도였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 같아서 무척 기뻤답니다. 사이드 디쉬로는 콘치즈를 만들어서 같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크렌베리 소스도 집에 사두어서 같이 먹었습니다. 예전에는 왜 크렌베리 소스와 칠면조 요리를 같이 먹는지 이해가 안 갔지만, 이번에 먹어보니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둘의 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결론: 1년에 한 번은 구울 만 하다~
재료 준비부터 손질 그리고 완성해서 먹기까지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 좋았습니다. 일단 제 룸메이트가 너무 맛있게 잘 먹어주었고요! 그리고 저 또한 촉촉하고 바삭한 칠면조 구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고맙고 소중한 사람에게 직접 만든 맛있는 만들어서 나눌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보통 미국에서는 다양한 사이드 디쉬들과 칠면조 요리를 즐기는데 저는 그것까지는 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당당하게(?) 메인 요리만 내놨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배부른 하루였답니다. 그리고 다른 집들도 그러하듯이, 둘이 먹고 요리가 너무 많이 남아서 큰 유리통 2개에 나눠서 냉장고에 고이 저장했답니다. 아마 둘이서 1주일 반 정도는 먹을 것 같아요..
추가로, 어떻게 5시간 요리를 버틸 수 있었느냐~ 넷플리스를 보면서 지루함을 달랬습니다. 저는 물론 과제들도 많아서 틈틈이 과제도 하고요. 제가 요새 자주 보는 것은 뉴 걸(New Girl)입니다. 여자 주인공 너무 매력적이고요, 남자 룸메이트 3명과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내용인데 한 편 한 편이 모두 재밌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어요. 학기 끝나면 전부 다 볼 생각입니다. 저는 아직 오징어 게임도 못 봤는데, 학기 끝나면 그것도 꼭 보고 싶어요. 아무튼 오늘은 미국 이민 4년 만에 처음으로 칠면조 요리를 구워본 얘기를 해봤습니다. 즐겁게 보셨길 바라고, 다들 즐거운 추수 감사절 되세요!
- 시카고에서 이방인 J-
'시카고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 일상] 아마존에 한국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것들 (12) | 2021.11.28 |
---|---|
[시카고 일상] 딸기 초콜렛 만들기(Chocolate Covered Strawberries) (2) | 2021.11.25 |
[시카고 일상] 클래식 시카고 브런치 - 와일드 베리 (3) | 2021.11.20 |
[시카고 일상] 시애틀에서 널 보러 시카고에 왔어 (2탄) (7) | 2021.11.16 |
[시카고 일상] 시애틀에서 널 보러 시카고에 왔어 (1탄) (9) | 2021.11.15 |
댓글